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안과질환 치료제 '오퓨비즈(성분명 애플리버셉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내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은 바이오콘이 오리지널 개발사와 분쟁에서 사실상 패소했기 때문이다.
인도계 제약사인 바이오콘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예사필리'를 미국에서 출시하지 못하도록 법원으로부터 영구금지명령을 받았다.
앞서 오리지널 개발사인 리제네론은 2022년 바이오콘이 아일리아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미 FDA로부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은 곳은 바이오콘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일하다.
아일리아는 리네제론이 바이엘과 공동 개발한 황반변성 치료제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은 93억8000만달러(12조83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은 전체 매출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최대 판매지역이다.
이번 재판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내 오퓨비즈 출시를 두고 리제네론과 같은 내용의 특허분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제네론은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일리아의 특허 37개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허가가 임박하자 리제네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콘의 제품 출시를 막아달라는 임시명령조치(TRO)를 요청했고 법원은 지난달 17일 이를 인용했다.
법원은 임시명령금지 발부 후 양측의 의견을 듣는 청문회를 열고 예비적 금지명령(PI)을 내릴지 여부를 결정한다. PI가 발부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오퓨비즈 출시가 금지된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바이오콘에 예비가 아닌 영구금지명령을 내리면서 순식간에 판세가 리제네론 쪽으로 기울었다. 바이오콘은 사실상 재판에서 패소한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항소 과정에 추가적으로 1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원은 아직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예비적금지명령이나 영구적 금지명령을 내릴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시간으로 15일 중 예비적 금지명령 심리를 끝내고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이날 법원이 예비적 금지명령이나 영구적 금지명령을 내리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오퓨비즈 출시 시기는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9년 화이자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FDA 허가를 받았지만 특허분쟁 과정에서 영구금지조치가 내려지면서 2029년까지 출시가 지연된 사례가 있다.
아일리아의 경우 특허분쟁 도중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제네론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에서 아일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로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인한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리제네론 관계자는 특허합의 의사를 묻는 질문에 "자사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에 적극적으로(actively)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재판과 관련한 내용을 대외비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콘이 영구금지명령을 받으면서 승기가 리제네론 쪽으로 기운 게 사실"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외에 다른 개발사의 제품 출시 시기도 미뤄질 수 있어 재판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