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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계열사 현금 끌어모으는 이유

  • 2022.11.15(화) 07:30

ABCP 등 단기상품 조달…자금경색에 '독'
한달새 계열사 차입·유증 등 1.1조 지원

롯데건설이 계열사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세곳이 세차례에 걸쳐 9000억원을 빌려줬고 2000억원의 롯데건설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계열사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한달새 무려 1조1000억원에 달한다.

롯데건설은 통상 만기가 짧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했는데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이 경색하면서 일부 어음의 차환발행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이를 직접 상환해야 하면서 계열사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 됐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ABCP' 이자 아낄 줄 알았더니…부메랑

롯데건설이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지난달 20일 5000억원을 차입했다. 내년 1월18일 만기로, 이자율은 6.39%다. 이달 9일 공시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도 롯데케미칼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지분율(44.07%)에 따라 총 2000억원 중 875억7800만원을 출자한다.

이어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3000억원,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으로부터 1000억원을 각각 빌렸다. 모두 내년 2월 초까지 3개월 안에 갚는 조건으로 이자율은 7.65%다.

롯데건설이 급하게 자금을 수혈한 이유는 만기가 돌아온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상환을 위해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6조7000억원이다. 이중 올해 말 만기인 채무가 3조1000억원이다.

ABCP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일종으로 보통 만기가 3개월 정도로 짧다. 만기가 금방 돌아오는 대신 금리가 낮다. 통상 3년 정도 걸리는 사업기간 동안 장기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대신 ABCP를 차환하는 방식으로 금융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평소라면 사업 종료 때까지 차환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했겠지만,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건 이후 ABCP 등 자금이 시장이 경색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PF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순식간에 증발했고, 차환을 발행하지 못해 직접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진 현금이 모자랐던 롯데건설은 계열사로부터 급히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2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50억원에 그친다. ▷관련 기사:[부동산 경착륙하나]③'돈맥경화' 건설사 현금 여력은?(11월4일)

설상가상으로 시공사로 참여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분양도 미뤄지면서 현금 유입이 막혔다.

홍석준 한신평 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건설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한 롯데건설은 지방 예정 사업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내에서 유동화증권 차환에 일부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롯데'라 돈 빌리긴 쉬웠는데

PF 시장 경색으로 건설업계 대부분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대형건설사 중에선 유독 롯데건설이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건 결국 ABCP 등 단기로 자금을 조달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그룹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다른 건설사에 비해 대규모 유동화증권 발행에 유리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롯데건설 다음으로 PF 우발채무가 많은 태영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도 롯데건설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2조30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우량한 신용등급을 가진 데다 롯데 계열사라 다른 건설사에 비해 ABCP 발행이 쉽고 금리도 낮았다"며 "당시에는 금융 비용을 일부 아낄 수 있었겠지만, 차환에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계열사에 빚을 내 빚을 갚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롯데건설은 내년 1분기에도 1조8696억원의 유동화증권 만기를 맞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부동산 PF 사업 대부분에서 최종 상환 재원이 분양대금이기 때문에 분양률이 낮아지면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금융사들 입장에선 PF 공급이나 차환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들어 둔촌주공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고 성공적으로 분양이 이뤄진다면 롯데건설 입장에선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을 전망이다. ▷관련 기사:[단독]둔촌주공 25일 입주자 모집공고 뜬다(11월14일)

롯데건설은 최근의 계열사 차입 등은 PF 경색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PF 시장이 얼어붙어 일부 ABCP 차환에 실패한 것이지 일부는 차환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초 만기인 ABCP 등은 차환과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F 우발채무 규모가 6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안정적인 도시정비 사업이나 그룹 개발사업을 제외하면 2조 미만으로 계산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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