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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나혼산' 이유진 씨가 경기도로 이사간 이유

  • 2023.11.21(화) 07:21

서울 반지하→대출받아 경기 전세아파트
직주근접 떨어지고 전세사기 공포 여전
30대가 '영끌 대명사' 될수밖에 없는 이유

이번 주말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의 배우 이유진(31) 씨 편이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연일 회자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선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다가 경기도 양주시로 이사해 아파트에 살게 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지역을 옮기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 전세를 구하고,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해 저금리로 80%의 대출을 받아 오히려 월세보다 전세 대출 이자가 더 적게 나가게 됐죠.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주거 상향의 정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521회 중 배우 이유진 씨가 아파트 전세로 이사간 뒤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신청을 시도하는 장면 갈무리.

그럴만합니다. 상대적으로 목돈이 부족한 청년층이 부모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집을 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주거 유형을 상향하고 평형을 넓히려면 지역 이동, 임차, 대출 등이 불가피하죠. 

이유진 씨 편이 공감을 자아낸 이유입니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선 20~30대 젊은 연예인들이 수십억 원의 한강뷰 아파트에 혼자 사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위주로 보여줬거든요. 

다만 연예인의 소득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유진 씨 역시 몇 년 뒤면 '억' 소리 나는 자가 마련을 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30대 청년이라면 어떨까요.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0~34세 평균 연 소득은 약 4458만원이고요.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8억5650만원입니다.

이들이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9년2개월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인데요. 물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라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최대 80%까지 설정해 대출로 집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20%는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고 취득세,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도 들고요. 대출 등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고 해도 원리금을 갚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물론 연차가 쌓이면서 월급도 더 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월급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를 테고요. 이렇게만 보면 집 사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인데요.

참 이상합니다. 그런 것치고는 30대 아파트 매수 비율이 여전히 높거든요. 30대는 한창 부동산 상승기 때 '영끌 매수', '추격 매수'의 대표적 연령대였는데요. 

2023년 1~9월 누적 기준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현황./그래픽=비즈워치

집값 과열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올해에도 30대의 매수세가 두드러집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전국 아파트 거래 신고 현황을 보면 올해 1~9월 매매 거래된 총 31만6603건 중 30대 비중이 8만5701건(27.1%)에 달했는데요.

이는 전체 연령대별 거래량 중 최다이자 40대 매입 비중 8만2077건(25.9%)을 넘어섭니다. 30대 매입 비중이 40대를 추월한 건 정부가 연령대별 거래 현황을 공개한 2019년 이후 올해가 처음(매년 1~9월 누적 기준 비교)이기도 하고요.

이런 흐름을 두고 시장에선 30대를 '영끌 대명사'로 부르며 혀를 차기도 하는데요. 영끌족들이 계속해서 오르는 금리에 지쳐 매물을 던지자 '영끌족의 몰락'이라며 안타까운 시선과 비판적인 시선을 동시에 보내기도 합니다.

실제로 30대 중에선 집을 산 사람도 많지만 '판 사람'도 많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주택소유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20대와 30대의 주택 수 감소가 두드러졌는데요.

30세 미만 주택 소유자는 27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5.8%(1만7000명) 줄었고요. 30대는 154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6.4%(10만6000명) 감소했는데요.

그럼에도 30대는 왜 다시 아파트 영끌을 시도하는 걸까요. 이 또한 '나 혼자 산다' 이유진 씨 편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19-2023년 1~9월 누적 기준 30·40대 아파트 매입 비중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다세대주택보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주거 환경의 질이 훨씬 높고요. 전세사기의 위험에서도 한발 물러설 수 있기 때문이죠. 

이유진 씨는 해당 방송에서 "제 주변엔 전세가 무서워서 이사를 안 가는 친구도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 빌라, 오피스텔보다는 위험이 적긴 하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겠다며 전세금반보증보험 신청에 나섰는데요.

지난해 말부터 '빌라왕', '오피스텔왕' 등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가 끊이질 않자 비아파트 시장이 더 외면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뜩이나 주거 시장에서 인기가 적은 유형인데 전세사기로 인해 한파가 풀리질 않고 있죠.

이런 이유 등으로 소득에 맞춰 적당한 곳에 살고 싶어도 주거 불안으로 인해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구매하고 싶을 수밖에요. 

더군다나 최근엔 자재비, 인건비 등 인상으로 분양가도 치솟으니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고요.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한 주택 공급 위축에 '새 집이 안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생깁니다.

이유진 씨처럼 서울을 고집할 게 아니라 경기도 외곽으로 나가 살면 되지 않느냐고요? 물론 그것도 방법이긴 합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그가 이사한 경기도 양주시의 경우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2억2100만원으로 서울(8억5650만원)의 4분의 1 수준이거든요.

하지만 직장이 서울에 몰려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서울 여의도, 서울역, 강남 등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30분가량은 걸리거든요. 직주 근접은 포기해야 하는 셈이죠.

이쯤 되니 30대들도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요. 차근차근 주거 상향을 하고 싶으면서도 전월세 사기가 걱정되고,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사지 못할까 봐 조바심도 나고요.

청년들의 '영끌'을 단지 욕심이라고 볼 게 아니라 시장부터 안정시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유진 씨처럼 야무지고 똑똑한 청년들이 하루빨리 내 집 마련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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