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CCTV를 고도화해 2차 사고를 막고 '도로 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도로살얼음)를 예방하는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늘어난 도로교통 수요에도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각종 교통안전 대책이 치밀하게 시행돼서였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 2028년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에서 나온 결과다.
29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3년 고속도로 사망자 수는 150명(잠정)으로 전년 대비 6명(4%)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는 2019년 176명으로 떨어진 이후 5년 연속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3년(264명)과 비교하면 43.2%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고속도로 통행량이 일 평균 377만대에서 499만대로 32%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대형사고 감소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OECD 기준인 주행거리 대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억㎞당 1.49명으로 7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도로공사는 사망자 수 감소 원인으로 △교통안전 서비스 고도화 △교통안전 인프라 확충 △국민 안전운전 의식 개선 등을 꼽았다. 대표적인 게 CCTV 고도화 작업이다. 일반 사고 대비 치사율이 7배 높은 2차 사고를 예방하려면 고속도로 사고 발생 시 CCTV로 확인하고 조속히 사고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CCTV는 야간·악천후에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공사는 CCTV 소프트웨어를 신규 개발해 기상상황별 최적화된 영상을 구현해 야간 차량인식률 약 46%, 안개 시 가시거리 6.7배가 각각 증가했다.
전년 대비 2차 사고 사망자도 29명에서 25명으로 13.8% 줄었다. 현재는 불정1교 등 23개소에서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도로 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 예방에도 나섰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 겨울철 사망자수는 전체 사망자의 21%에 달하는 가운데, 블랙아이스가 겨울철 고속도로 중대 사고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공사는 인공지능으로 기상을 예측해 사고를 줄이는 'AI 예측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블랙아이스 발생을 예측해 도로전광표지(VMS)를 통해 운전자에게 감속 안내를 하고, 블랙아이스 발생 시 제설제를 자동으로 분사하는 시스템이다.
공사는 또 도로위험기상으로 인한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기상청과 협업해 '고속도로 전용 기상관측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부내륙선, 서해안선에 기상관측망 구축을 완료했고 올해 경부선 등 5개 노선, 내년에 나머지 노선으로 구축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통 안전 인프라 확충도 사망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졸음 쉼터'를 확충하면서 2010년 대비 졸음운전 사망자 수가 42%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음 쉼터는 2011년도에 휴게시설 간 거리가 먼 구간 내의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 244개소가 운영 중이며, 올해는 5개소를 추가할 예정이다. 졸음 쉼터는 휴게 시설 간 평균 이격거리를 2010년 대비 약 64%(22.1km→14.25km) 줄였다.
또 잦은 장거리 야간 운행을 하는 화물차 운전자를 위해 전국 54개소의 '화물차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화물차 라운지는 고속도로 휴게소 내 샤워실, 수면실 등을 갖춘 운전자 편의시설로 누구나 무료로 사용 할 수 있다. 올해는 남한강, 처인(통합), 여산(천안), 밀양(양방향)휴게소 등 5곳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이밖에 분기점 등에서 진입로를 안내하는 '노면 색깔유도선', 운전자에게 전방 돌발상황·교통정체·공사구간 안내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도로전광표지판(VMS, Variable Message Sign) 등도 고속도로 안전성을 높였다.
공사는 이같은 교통 안전 대책을 통해 2028년까지는 OECD 상위 5위 수준으로 사망률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20년 기준 OECD 기준 주행거리 대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억㎞당 1.2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