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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경기 더 꺾일라'…건설사, 쌓인 분양 물량 어쩌나

  • 2023.11.28(화) 06:30

12월 예정 분양 물량 6만 가구 육박…올해 최대치
시장 침체·공사비 분쟁 등으로 줄줄이 연기 영향
"주택 시장 더 꺾이기 전에" vs "총선 공약 기다릴 수도"

건설사들이 눈덩이처럼 쌓인 아파트 분양 물량에 고심하고 있다. 내달에만 전국에 6만 가구에 달하는 분양이 예정돼 있다. 건설사들이 올해 내내 분양을 미뤄온 터라 연말에 물량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 일정을 한도 끝도 없이 미룰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경기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분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내년 총선 정국이 본격화하기 전에 분양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정부와 정치권이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나 공약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엇갈린 의견도 있다. 당장 주택 시장이 다시 꺾이는 흐름인데 내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2023년 전국 일반분양 물량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올해 내내 밀린 분양…연말에 대거 몰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내달 전국에서 총 66곳 5만 943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은 4만 6272가구다. 이는 올해 최대 물량을 분양했던 11월(2만 5445가구)보다 82%가량 늘어난 규모다.

올해 월별 일반분양 물량을 살펴보면 상반기에는 주택 경기 침체로 월 1만 가구를 넘지 못했다. 이후 하반기 들어 차츰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사들은 올해 원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조합과 공사비 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분양을 진행하는데 차질을 빚어왔다. 여기에 더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외에는 주택 시장 경기가 뚜렷하게 반등하지 않아 분양 일정을 미루는 단지들이 많았다. 내달 분양 예정 물량이 많은 것은 이처럼 그간 사업을 미뤄온 단지들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 '연내 분양'을 계획했던 단지들의 일정이 밀리다 보면 연말에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며 "지방의 경우 침체 흐름이 지속하기도 한 데다가 공사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곳들이 많아 분양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선 전에 밀어내기?…더 극심해진 눈치 보기

다만 이 물량들이 계획대로 연내 분양을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내에서도 적절한 분양 시기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반등하는가 싶었던 주택 시장이 다소 꺾이는 흐름을 보이면서 분양 사업자들의 눈치 보기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주택 시장 분위기가 다시 침체하고 있기는 하지만 분양 시장만큼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내년 총선으로 이슈가 쏠리기 전에 분양을 진행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 사업을 계속 미루다 보면 아무래도 금융 비용이 늘어나는 등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또 경기 예측 등을 보면 내년에도 분양에 대한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근의 청약 시장 열기가 남아 있을 때 분양을 진행하는 게 되레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4.3%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주택 시장이 9~10월 들어 눈에 띄게 가라앉는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아파트 청약 1순위 경쟁률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연내 분양을 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하겠지만 내년 총선 전에는 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아무래도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들어서면 이슈가 선거에 쏠리면서 분양 마케팅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설사들이 내달에도 대거 분양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사업장 곳곳에서 건설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계획대로 분양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총선 과정에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안이 나올 경우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총선 전에 정부나 정치권이 부동산 시장을 다시 띄우려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걸 기다리는 사업장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주택 시장 경기가 안 좋아지는데 너도나도 연내에 밀어내기 분양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 예정 단지들을 살펴보면 내달 진행한다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이 미정인 단지도 상당수"라며 "기존 주택 시장이 숨을 고르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분양 시장에서도 눈치 보기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그나마 나은 지역의 경우 연내에 물량을 털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내년 봄이나 이후로 밀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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