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10년 만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과거 발목을 잡았던 서부이촌동(이촌2동)을 계획에서 제외함으로써 사업 속도를 내겠다는 목표와 함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7년엔 앞에 있는 아파트를 허물고 물길을 용산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계획했다"며 "욕심을 앞세우다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실패 원인을 진단한 바 있다. ▷관련기사: 서부이촌동 뺀 용산국제업무지구…기반시설 내년 착공(2월5일)
그러나 서부이촌동 일부 주민들은 완전한 한강수변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선 통합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코레일 측은 실패 원인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강했다.
용적률 1700%까지…광역환승센터·종합병원 내년 착공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2동주민센터 대강당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민설명회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두번째로 열린 이 설명회는 사업시행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관으로 열렸다. 서울시는 참석하지 않았다.
2013년 좌초됐던 용산 개발은 올해 2월 서울시가 새로운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새출발했다. 서울시는 용산정비창 부지에 용적률 최고 1700%, 높이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내년 하반기에 기반시설을 착공하고 이르면 2030년 초 첫 입주하는 게 목표다.
이날 설명회에선 구체적인 기반시설 계획이 추가로 공개됐다. 용산 개발에 따른 차량 통행량이 하루 72만대로 추산되는 만큼 사업지 내 지하광역환승센터를 조성한다. 6000가구의 신규 주택에 1만2300명이 입주하는 만큼 300병상 이상 갖춘 종합병원도 배치한다.
한강에서 용산공원까지 연결하는 녹지 계획도 마련했다. 발표를 맡은 이재규 도화엔지니어링 이사는 "(원효대교 북단에 위치한) 성촌공원으로 연결되는 그린슬로프, 이촌동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파크라인, 한강대로변으로 쭉 내려오는 캡파크로 한강변 데크공원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패 거듭 않겠다는 코레일…주민들 "슬럼화 우려"
주민들은 개발 계획에 서부이촌동이 빠진 데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한 주민은 "노후화된 동네를 두고 용산역 일대만 개발하는 건 이질감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강당 입구에선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청원 모임 관계자들이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한강수변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통합개발이 정답"이라며 서명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2007년엔 이촌동을 포함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토지보상이 과다해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며 "이에 서울시는 이촌동을 제외하고 코레일 소유인 철도부지만 갖고 공공주도로 사업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촌동을 제외해야 한다. 과거로 돌아가 실패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며 "사업이 다시 실패한다면 이촌동도 반사이익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은 "서부이촌동을 완전 배제한다면서 왜 아파트를 관통하는 데크를 만드냐"고 질의했다. 서울시는 이촌동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파크라인을 통해 40m의 광폭 녹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가운데 통로는 방향성을 제시한 수준"이라며 "서부이촌동이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때 이 방향성을 고려해 통로를 연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8m 데크공원 올리면 우리 아파트는 지하?"
한강로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용산역 일대에 높은 데크공원이 들어서면 사실상 아파트가 지하화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부지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 한 참석자는 "데크를 올리면 우리 아파트 3층이 지하화되는 것 아니냐"며 "향후 철도 지하화가 추진되면 어떻게 되나"라고 질의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데크공원은 지면에서 18m 높이인데 아파트가 위치한 서측변으로는 6m 경사로가 설치될 예정"이라며 "12m 높이면 이촌동과 비슷한 수준이다. 차량과 섞이지 않고 보행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 걸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철도 지하화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용산 개발이 먼저 진행되다 보니 용산역과 연접한 부분에만 선로를 덮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업 부지에 토지가 포함된 소유주들은 "왜 쫓겨나야 하냐"며 불합리함을 토로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개발계획상 6차선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며 "사유지 토지 수용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협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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