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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 시즌2]②건설업계 '또' 시큰둥한 까닭

  • 2024.04.01(월) 15:19

"이익 안 나면 못해" 사업성·정책신뢰 관건
민관 시뮬레이션도…패러다임 전환 '묘수찾기'

정부가 전세 사기 등으로 얼룩진 임대차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형 장기임대' 도입을 추진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뉴스테이'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규제는 풀되, 공적지원을 최대한 배제해 민간에 주도권을 주겠다는 게 차이다. 기업형 민간임대가 임대차 시장에 새로운 틀을 제시할 수 있을까? 시장과 제도의 현황을 짚고 시장 안착 과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뉴스테이 시즌2]①닮았지만 다르다?(4월1일)에서 이어집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형 민간임대 제도 도입과 관련해 건설업계는 아직 시큰둥한 반응이다. 과거 뉴스테이 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한 분위기다.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주택을 짓는 비용이 늘었다. 건설형 임대사업 모델의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다. 국내 주택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모험적인 신사업을 벌이기 쉽지 않은 탓도 있다. ▷관련기사 : "그 공사, 저희는 좀…" 일감 마다하는 건설사들(2월13일) 

2015년 9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인천 도화지구에 짓는 첫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e편한세상 도화' 착공식에 참석해 행사 중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비즈워치 DB(당시 청와대 제공),

뉴스테이에 덴 건설사들 "글쎄…"

관건은 '사업성'이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만큼 사업성이 담보돼야 시장 안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이 임대 운영기간을 20년 이상으로 확보하려면 정책적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뉴스테이처럼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뀐 탓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테이도 입지가 좋은 곳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수도권 외곽은 입주자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임대수익은 거의 나지 않는 구조"라며 "건설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임대기간도 20년 이상으로 길다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 임대에 대한 시장 수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확실한 유인책과 매력 있는 부지 공급, 금리 감면 등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테이도 사업성이 높고 좋아서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기보다는 새로운 정책 상품에 참여하라는 '팔 비틀기' 성격의 압박이 있었다"며 "뉴스테이를 해본 건설사라면 참여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경험이 없는 건설사라면 사업 참여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정책적 신뢰와 사업성 확보를 가장 큰 과제로 보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기업형 장기임대 도입 관련 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기존 뉴스테이가 정권이 바뀌면서 규제가 강화됐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업계 건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규제 등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은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법은 개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성 확보는 업계와의 실제에 가까운 모의시험을 통해 확인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민간 건설사가 (수도권에) 땅을 확보해 공사비를 들여 집을 짓고 임대료 수익을 어느 정도 낼 수 있을지 모의 분석을 같이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연구가 아닌 현업에서 진행하는 모의분석인 만큼 세부적인 방안들과 해법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토부는 4~5월 중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업형 장기임대와 관련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세부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월세시장 '새로운 선택지'라는데…

전문가들은 기업형 장기임대의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임대차 시장에서의 정교한 수요-공급 파악과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장기 임대주택은 수요자인 임차인에게는 긍정적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공급자인 건설사 입장에서 20년을 임대로 유지할 인센티브 요인이 크지 않을 경우 공급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년 뒤 부동산 시장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뉴스테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주택 임대차 시장 안정화 기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기업형 장기임대에 대한 임차 수요는 정부로서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박상우 장관은 "기업형 장기임대가 실제 임대시장에서 어느 정도 볼륨(규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고 (가늠할) 자신도 없다"면서 "다만 일부 민간 장기임대 사업에 대기자가 있는 만큼 어느정도 수요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전세 위주 시장을 기업형 장기임대로 대체한다는 게 목표는 아니다"라며 "우선은 민간영역에서 장기임대로 갈 수 있는 유의미한 제도를 만들어 시장에서 돌아가게 해보자는 것이 1단계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개인에 비해 임대시장에 안정적인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의 사회적 문제를 덜어내는 새로운 주거선택 유형으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국내 주택임대차 시장은 개인 중심이다 보니 전세사기 등의 여러 문제가 생기는데 제도가 만들어지면 안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임대사업 주체가 생기는 것"이라며 "상품성이 있으면 시장에서 점차 확산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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