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일반분양 없는 1대 1 재건축을 택한 아파트가 있다. 1981년 준공된 홍실아파트다. '아크로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임대주택과 소형주택도 없다. 모두 전용 92~167㎡ 대형 평형으로 조합원들에게만 배정된다. '아크로 삼성'이 1대 1 재건축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용산 동부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의 뒤를 이을지 주목된다.
재초환 피한 홍실아파트…'아크로 삼성' 내년 1월 입주
홍실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 최고 12층, 6개동, 384가구 규모로 1981년 준공됐다. 1대 1 재건축을 통해 최고 25층, 4개동, 419가구로 탈바꿈한다. 35가구가 증가하지만 상가 조합원이 가져가는 구조다. DL이앤씨의 하이엔드(고급) 브랜드인 아크로(ACRO)를 적용해 단지명은 '아크로 삼성'으로 확정됐다.
이곳은 2002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지 15년 만인 2017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당초엔 일반 재건축으로 31층 높이로 계획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35층 스카이라인 규제'에 발목을 잡혀 층수를 낮추고 사업방식도 1대 1 재건축으로 바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는 피했다. 규제가 적용되는 2018년 1월1일 직전인 2017년 12월21일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
2021년 10월 착공했으며 내년 1월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시공사 DL이앤씨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82% 수준이다. 회사는 6월말 기준 기본 도급액 2034억원, 완성 공사액 1287억원 수준이라고 공시했다. 강남구청은 준공관리 태스크포스(TF)로 홍실아파트를 비롯한 재건축 사업장을 점검하고 있다.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원래 12월 입주 예정이었는데 내년 2월로 살짝 밀렸다"며 "외벽 페인트칠을 하고 있고 내부 마무리 작업 중인 걸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는 재초환도 피하고 공사비 갈등, 조합원 마찰도 없이 잘 진행된 곳"이라고 덧붙였다.
삼익 vs 홍실, 누가 이득일까
1대 1 재건축은 기존 주택의 전용면적 합계를 기준으로 130% 범위에서 재건축하는 것을 말한다. 130% 이내에서는 주택수 증가와 일반분양도 가능하다. 홍실아파트는 35가구만 늘려 상가 내 조합원에게 배정했고 일반분양 물량은 마련하지 않았다. 용적률 인센티브도 받지 않아 임대주택 건립 의무에서도 제외됐다.
반면 학동로 너머에 위치한 '청담 르엘'은 일반분양과 소형주택, 임대주택을 포함해 재건축하고 있다. 청담삼익을 재건축한 청담 르엘은 최고 35층, 9개동, 1261가구(임대 포함) 규모 아파트로 다음달 일반분양에 나선다. 전용면적 59~84㎡ 14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일반분양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지 규모에 비해 물량이 많지 않다. 공사비를 증액해 사업지출이 커진 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사업수입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청담 르엘은 공사비 분쟁 끝에 3726억원에서 6313억원으로 증액을 결정했다. 3.3㎡(평)당 공사비가 482만원에서 794만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이는 홍실(615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반분양가는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평당 7000만원 전후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홍실아파트는 1대 1 재건축이라 조합원 공급분과 일반분양 주택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도 않는다. 건축비 한도가 없어 특화설계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기에 유리하다. 1대 1 재건축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2015년 입주)'와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 리버뷰 신반포(2018년)'가 있다.
분담금 9억 달해도…'고급화+한강뷰'
서울시 고시에 따르면 홍실아파트는 1대 1 재건축을 통해 △전용 92㎡ 251가구 △104㎡ 120가구 △167㎡ 48가구 등 모두 대형 평형으로 공급된다. 기존엔 79~147㎡ 중대형 평형으로 이뤄졌다. 일반 재건축이라면 전체 가구 수의 60% 이상을 85㎡ 이하 국민주택규모로 건설해야 해 조합원이 기존보다 작은 평수를 배정받는 불합리함이 생길 수 있었다.
다만 1대 1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적거나 없어 조합원 분담금이 클 수밖에 없다는 특징도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첼리투스는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5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홍실아파트 역시 비슷한 평형으로 이동할 때 최고 9억원의 분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 96㎡→104㎡ 이동이 5억6000만원, 162㎡→167㎡은 9억원 등이다.
분담금을 감수하더라도 1대 1 재건축 후 미래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조합원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는 입주 당시 20억원 안팎이던 매매가격이 2022년초 50억원을 찍었다. 최근 실거래가는 53억4998억원(6월 14일)에 달한다. 홍실아파트 매물은 현재 40억원(96㎡)에서 60억원(108㎡) 선에 올라와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대 1 재건축은 일반분양 수익이 없어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며 "자금여력이 충분하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강남권 아파트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봤다. 송 대표는 "성공사례를 보면 모두 몇 년 전이니 가능했지, 이제는 공사비 상승과 분담금 이슈로 여건이 녹록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