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잘하려면 '무술의 역사와 원리'를 공부하기보다는 효과적으로 멱살을 쥐는 법이나 정강이를 제대로 차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최근 '친절한 경제상식'을 펴낸 이진우 씨는 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을 무술에 비유한다. 무술을 책으로만 배우면 아무 소용없듯 경제 역시 이론보다는 실제상황 속에서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일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의 이유와 배경을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15년동안 경제기자로 일했던 저자의 내공과 노련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실생활에서 가질 법한 경제 문제들을 만화로 구성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침착한 주인공 'M'과 까칠한 앵무새가 티격태격하며 펼치는 이야기는 책에 읽는 재미와 감칠맛을 더했다. 저자는 생활, 기업, 금융, 나라 경제, 경기 등 총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눠 경제상식을 풀어낸다.
아이스크림은 반값 할인을 자주 한다. 제품포장에 유통기한이 없으니 소비자들은 오래 묵은 아이스크림을 반값에 파는 것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저자는 마케팅과 유통과정 속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아이스크림통은 슈퍼마켓 밖에 나와 있어 저렴한 미끼상품으로 쓰기 좋다. 맛이 '거기서 거기'이다 보니 아이스크림 회사 사이에서는 경쟁이 불 붙는다. 서로 값싸게 공급하려는 것이다. 슈퍼마켓 주인 입장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마냥 보관하는 것보다는 싼 값에라도 얼른 팔아 넘기는 게 낫다. 아이스크림을 냉동해서 보관하는 데 돈이 들기 때문이다.
전국의 금값이 비슷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금은방 사장님들끼리 매일 아침마다 회의를 해서 금값을 통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금값은 영국 런던에 있는 금 거래시장에서 결정된다. 여기에 금은방 주인이 챙기는 마진과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매달 돈을 찔끔 찔끔 넣는 적금은 한꺼번에 돈을 많이 묻어두는 정기예금보다 이자율이 높다. '불경기'가 그 원인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대출 수요가 별로 없다. 은행이 예금을 받아도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뭉칫돈이 아쉽지 않으니 은행에서는 적금고객 유치에 더 공을 들인다. 적금에는 신용카드, 급여통장 등을 얹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이진우 씨는 서울경제신문과 이데일리에서 15년간 경제신문기자로 일했다. 2010년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경제보도부문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고 있다. 만화를 그린 김성규 씨는 순천대학교 만화학과를 졸업한 후 이데일리 편집부를 거쳐 현재 조선일보 그래픽팀에서 일하고 있다.
[지은이 이진우 /그린이 김성규/ 펴낸곳 MBC C&I /360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