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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② '남의 일 같지 않네…' 재계 전전긍긍

  • 2015.08.05(수) 15:49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現사태 불러" 비난 고조
그룹총수 특별사면 기다리던 기업들 '좌불안석'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걱정입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다른 오너 체제 대기업들에도 부담을 안겨줬다. 총수 일가가 나라 경제나 기업의 이익은 뒤로한 채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진흙탕 싸움에 나서면서 재벌 전체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이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키워왔고, 그 꼭대기에는 실체도 모호한 '광윤사'라는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은 허탈감을 나타냈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이를 견제할 이사회마저 가신으로 구성돼 있다면 이런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식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 기업의 의사결정이나 경영권 승계가 오너의 손가락 끝에서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왔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4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일은 그룹이 총수일가와 총수 개인의 사유물이라는 비윤리적 경영사고에서 기인한다"면서 "정부가 더 이상 재벌문제에 대해 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체면을 구겼다.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노동개혁을 꼽고 있는 마당에 롯데사태가 터지면서 그 명분이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국민에 대한 역겨운 배신행위"라며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롯데를 비난했다. 당장 야당에서는 노동시장 개편보다 재벌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지난달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주요그룹 사장단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인의 사면 필요성을 주장했다.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터지기 전이다.


특히 대한상의와 전경련 등 경제단체장들의 직접적인 지원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기업인 사면'이라는 당근을 기다리던 대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기껏 차려놓은 밥상이 엎어질까 우려해서다. SK그룹은 지난해도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을 기대했지만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벌어지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SK그룹에 비해 상황은 덜하지만 한화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김승연 회장은 현재 집행유예중이라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는 처지다. 사면을 통해 이사회에 복귀할 경우 보다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통한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한화측 사면을 기대해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대법원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재벌에 대한 비판여론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사태로 높아졌던 오너 일가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잠잠해지는 시점에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며 "롯데의 경우 시민단체 주도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사태가 확산되는 상황에 있는 만큼 그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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