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반(反) 롯데' 정서가 급격히 퍼지면서 롯데그룹의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롯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황금알'로 꼽히던 면세점 사업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계열사들의 주가는 줄줄이 하락세다.
◇ '황금알' 면세점도 휘청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등 2개 면세점 사업을 지속할 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면세점 재허가 심사에서 롯데면세점을 '백지상태'에서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알려지면서다.
논란으로 떠오른 2개 면세점은 올 12월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관세청은 오는 9월 25일까지 면세점 신규특허신청을 받는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지난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곳이 롯데가 휘청거리는 틈을 노려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분쟁이 터지기 전만 해도 35년여간 국내에서 면세사업을 운영해 온 롯데면세점이 재허가를 받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것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다 롯데가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면세점 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금을 면해주는 특혜사업을 외국기업에 내주는 게 타당하느냐는 주장이다.
면세점은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이다. 호텔롯데는 연 매출액인 4조7000억원 중 면세점에서만 4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매출은 그 중 절반(2조원)에 해당한다. 롯데가 소유한 8개 면세점 중 매출액이 가장 크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월드타워점은 연 매출 4800억원 규모다.
롯데는 당혹스러워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혜택을 받는 건 물건을 산 고객일 뿐이고,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이 세금 혜택을 받는다는 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기존에 내는 세금(법인세)에 0.05%의 특허 수수료를 추가로 내고 있다"고 항변했다.
◇ 불매운동·주가하락 연이은 악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롯데 불매운동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4일 롯데의 전 계열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5일엔 전국에 700만 회원을 둔 소상공인연합회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업소에서 롯데카드 사용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롯데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골목상권을 초토화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룹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롯데그룹 계열사 주식 역시 힘을 못 쓰는 상황이다. 그룹의 정확한 지배구조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기업경영의 불투명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와 주식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31일 종가기준 26만500원이었던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난 6일 24만2500원으로 6.9%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11.9%), 롯데칠성(-8.1%), 롯데손해보험(-6.3%), 롯데하이마트(-5.9%), 롯데푸드(-5.3%) 등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해왔던 롯데정보통신 상장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분쟁이 롯데리아,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등의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경영권 다툼이 내수침체와 맞물리자 롯데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던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전망을 내놓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롯데그룹의 사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