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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히기냐 모험이냐' 日롯데 주총에 담긴 의미

  • 2015.08.14(금) 08:00

롯데홀딩스 17일 임시주총 개최, 핵심쟁점은 빠져
신동빈 정당성 확보 수순 "최종판단은 日주주들 몫"

 

코 앞으로 다가온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계기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한고비를 넘길 전망이다.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확보를 약속한 신동빈 회장은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주주들로부터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임시주총 참석을 위해 지난 13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원 리더(One Leader)'로서 신동빈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이번 임시주총에선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현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해임 안건이 다뤄지지 않는다. 형과 동생 어느 쪽 우호지분이 더 많은지 확인할 수 있는 표대결이 이뤄지지 않아 경영권을 둘러싼 최종승패는 다음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 알맹이 빠진 주총이지만…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오는 17일 임시주총을 열고 사외이사 선임,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편으로 롯데측이 제기한 명예회장직 신설건은 빠졌다. 명예회장직은 호칭에 관한 문제로 정관변경 없이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정관변경은 의결권을 가진 주주 2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그 중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통과되는 특별결의 안건이다.

또 이번 임시주총에선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해온 롯데홀딩스 현 이사진의 해임안건도 상정되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지분 3%를 모아 이사진 해임안건을 발의할 수 있지만 임시주총 현장에서 표결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롯데측 분석이다. 롯데 관계자는 "표결이 이뤄지려면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하고, 주총안건으로 채택하더라도 주주들에게 사전 공지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선 사외이사 선임과 지배구조 개선 안건이 다뤄진다.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 이사들의 외면, 쫓기는 신동주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 전 부회장이 요구하는 이사진 해임안건 상정을 계속 거부하면 신 전 부회장은 법원에 그 부당성을 호소해 별도의 임시주총 개최 허가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는데다 무엇보다 이사진을 교체할 만큼 사전에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야한다.

롯데홀딩스 지분의 3분의 1은 광윤사, 또다른 3분의 1은 우리사주협회, 나머지 3분의 1은 자회사 등이 갖고 있다. 자회사 지분은 신 회장과 한배를 탄 현 롯데홀딩스 임원들이 통제하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와 우리사주협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광윤사는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고 해도 우리사주협회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불확실하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은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결국엔 우리사주협회에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게 롯데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 '통합경영' 명분얻는 신동빈

신 회장은 이번 임시 주총으로 그룹내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신 회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주주들이 있더라도 안건 자체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라 드러내놓고 반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임시주총은 신 회장이 주도해 열리는 것이다.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 신 회장은 한일 롯데를 통합경영하는 최고경영자라는 명분을 얻게 된다.
 
이미 신 회장은 현직 최고경영자라는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지분을 70% 이상 들고 있는 'L투자회사'에 신 총괄회장 대신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재하고 자신의 측근(이일민 전무)을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앉힌 것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조직과 자금, 인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게 신 회장의 가장 큰 무기"라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수록 현직에서 밀려나있는 신 전 부회장은 점점더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결국엔 日 주주들 판단"

그렇더라도 신 회장의 최종적인 승리를 100% 장담하긴 어렵다. 경영권 분쟁의 승패는 누가 우호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사주협회가 '창업주의 뜻'에 동조하면 신 회장은 다시 코너로 몰릴 수 있다. 만약 임시주총에서 부결되는 안건이라도 나오면 신 회장의 리더십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임시주총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못박은 게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한일 롯데 매출의 80%가 한국에서 발생할 만큼 롯데의 한국 의존도가 높지만, 최종의사결정은 결국 롯데홀딩스 일본인 주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와 일본말로 나눈 대화내용을 방송에 그대로 공개한 것을 단지 우리말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선 안된다"며 "그가 노리는 건 한국이 아닌 일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번 일은 일본에서 일어나 일본에서 끝나는 싸움일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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