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쿠스 엥만(Marcus Engman) 이케아 디자인 총괄이 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살림터에서 열린 '스웨덴 코리아 영 디자인 위크' 기자간담회에서 '데모크라틱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사람들은 물병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합니다. 그래서 어떤 냉장고에 보관하든 걸리지 않도록, 시중 냉장고의 도어와 선반, 서랍 등을 일일이 조사한 다음 물병의 지름과 너비, 길이 등을 정했습니다. 사람들은 물을 따를때 쪼르르 흐르는 소리 때문에 입구가 좁은 물병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설거지 할때는 작은 입구로 손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그래서 입구를 보다 넓게 만들어 설거지 하기도 좋고, 식기세척기에 거꾸로 세워 세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개에는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쓰고자 와인병에 주로 쓰이는 코르크를 사용했습니다. 가격은 3900원입니다. '데모크라틱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을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가치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플라스틱에 담긴 생수를 사는 대신 집에서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물을 보관하고 마시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도록 유도한다는 비전을 위해서입니다. 이케아는 비전 주도적인 회사입니다."
그는 "데모크라틱 디자인의 근간은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더 낫게 해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가치로 디자인과 기능, 품질, 지속가능성, 낮은 가격 등 5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또 디자인 방식으로 사내 가정방문 정책을 소개했다. 이케아에선 매장 직원이든 엔지니어든 직무와 관계없이 직원 모두가 직접 가정방문을 한다.
가정방문 결과를 내부정보로 활용해오다 몇년전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케아 라이프 엣 홈(Life at Home)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발간한다. 이 보고서 발간에는 22개국 2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라이프스타일 관련 프로젝트중 최대 규모다.
엥만 총괄은 "일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케아에게 영감을 준다. 가정방문을 통해 도시별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하고 디자인에 반영한다"며 "데모크라틱 디자인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 이케아는 스웨덴의 1만명 규모 작은 숲도시 엘름훌트(ALMHULT)에서 탄생했다. 엘름훌트의 사람과 전통 등이 이케아의 데모크래틱 디자인 철학으로 이어졌다. |
"저도 오늘 아침 서울의 한 가족을 가정방문했습니다. 4명의 가족이 잠옷을 입고 반갑게 맞아주시고, 아침밥까지 같이 먹었는데요.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많이 공유해주셔서 서울 가족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루에 러그나 카펫 대신 깔아놓고 위에 따뜻하게 앉을 수 있도록 한 전기장판이었습니다. 저도 하나 사서 스웨덴에 가져가고 싶습니다.(웃음) 또 서울에서는 재활용을 위해 쓰레기들을 분리해서 별도 공간에 모아둔다든지, 아이들의 장난감을 마루에 그대로 펼쳐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 거실 쇼파가 굉장히 크다는 점을 봤습니다.
정리와 수납공간의 부재는 세계 가정집에서 공통되게 발견되는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서울에서는 특히 재활용 수납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소재에 미적인 요소를 가미해 수납제품을 만든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케아의 다음 디자인 고민은 똑똑한 가구다. 앱 하나로 자유롭게 조도와 색감 등을 바꿀 수 있는 조명부터 가상현실(VR) 기반 인테리어서비스 등 '따뜻한 기술'을 홈퍼니싱 제품·서비스로 풀어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엥만 총괄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도 오픈소스가 가능하다"면서 '콜라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적인 소파를 위해 자동차 디자이너들과 콜라보해 제품을 만들고, 또 여기서 영감을 얻은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동물처럼 털이 많은 소파를 만들어냈다"며 "향후 무선 와이파이스피커 선도기업 소노스(SONOS)와 콜라보를 통해 음악으로 인테리어하고,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조향사 벤 고함(Ben Gorham)과 콜라보로 향기로 인테리어하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