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시장은 2015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고, 맥주시장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류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 위스키 업체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그 안에서 누가 1등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다"면서 "전체 시장 파이가 줄면서 이익 규모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근 국내 주류시장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게 성장하는 품목이 있습니다. 바로 수입맥주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3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수입맥주 시장 규모는 2016년에는 6200억원 규모로 두 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수입맥주를 많이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수입맥주 인기의 시작은 지난 2013년 '국산 맥주 맛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다니엘 튜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특파원이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혹평하면서 난데없이 국산 맥주 맛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국내 맥주업체들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그때부터 라거(Lager) 맥주 일색이던 국내 맥주시장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다양한 맛의 맥주를 찾기 시작한 겁니다. 국내 맥주업체들도 에일(Ale) 맥주를 선보이는 등 국내 맥주시장의 변화를 모색합니다. 특히 수입맥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2억6309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위스키도, 소주도, 국내 맥주 시장도 신통치 않은데 수입맥주 시장만 승승장구하니 주류업체들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던 주류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수입맥주 시장 진입을 타진합니다. 최근까지 잇달아 수입맥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입니다.
롯데주류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롯데주류는 최근 수입맥주인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90년대 한 시절을 풍미했던 그 밀러를 롯데주류가 국내 판권을 획득해 팔기 시작한 겁니다. 롯데주류가 수입맥주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는 자사 맥주 판매량이 신통치 않아서입니다. '클라우드'에 이어 야심 차게 선보인 '피츠'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하자 활로 모색에 나선 겁니다.
롯데주류는 우선 밀러를 통해 시장 반응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만일 반응이 좋다고 판단되면 올해 상반기 중 '쿠어스'나 '블루문' 등 다른 수입맥주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자료:관세청(단위:만달러). |
수입맥주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위스키 업체도 있습니다. 바로 골든블루입니다. 골든블루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 저도주 열풍을 불러온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위스키 시장 전반의 침체가 계속되자 돌파구 찾기에 나섰습니다. 수입맥주 시장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골든블루는 현재 덴마크 '칼스버그'의 국내 판권 획득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칼스버그 도입을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맥주와 위스키의 유통망이 달라 새롭게 유통망을 구축해야하는 부분이 고민이며, 내부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국내 수입맥주 시장의 활황은 국내 주류시장 침체와 맞물려 있습니다.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과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려는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 낸 현상인 셈입니다.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국내 주류업계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다만 수입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지점일 겁니다. 국내 주류 소비 트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만 한편으로는 변화의 니즈도 큽니다. 수입맥주 시장 진출을 통한 새로운 시도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