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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 MP그룹, 페리카나 타고 부활 성공할까

  • 2020.12.09(수) 16:42

페리카나가 인수…7일부터 거래 재개
매장·물류 효율화…시너지 기대

미스터피자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횡령과 배임으로 회사를 위기에 내몰았던 전 대주주를 대신해 한국 치킨업계의 큰 형님 '페리카나'를 새로운 대주주로 받아들였다. 이를 계기로 정지돼있던 상장주식 거래도 풀렸다. 미스터피자와 페리카나는 모두 각자의 업계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바 있는 저력있는 회사들이다. 하지만 달라지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유율을 내주면서 '전성기는 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두 업체의 만남이 새로운 시너지를 불러올지 관심이다.

◇ MP그룹 드라마틱한 기사회생

최근 피자프랜차이즈 브랜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이 3년 4개월만에 증시에 복귀했다. MP그룹은 정우현 전 회장의 배임 및 횡령 건으로 상장 적격 심사를 받아오던 상황이다. 거래가 정지된 동안 실적까지 고꾸라지면서 시장에서는 MP그룹의 상장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상장유지에 성공했다.

이는 위기의 MP그룹에 구원투수가 등장하면서 가능했다. 페리카나다. 페리카나는 지난 9월 정 전 회장의 구주 일부와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를 함께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투자금은 200억 원이다. 양희권 페리카나 회장은 내친 김에 MP그룹의 신임 대표 자리도 맡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페리카나가 MP그룹 인수를 위해 조성한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투자조합1호는 거래소의 상장유지 결정이 있어야 대상주식의 양수에 나설 것이라고 못박았다. 쉬운 조건이 아니었다. 정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 문제는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지만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었다.

정 전 회장이 계속 대주주로 있는 한 MP그룹의 상장유지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었다. 이 문제로 지난 2018년말 상장폐지가 결정되기 직전까지 갔었으나 정 전 회장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상장폐지가 유예되고 개선기간을 부여 받아왔다. 

그래도 산넘어 산이었다. 실적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MP그룹은 지난해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된 상황이었다. MP그룹 측은 연속적자 상황을 조만간 끝내겠다는 경영개선 계획을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제출했다.

문제는 계획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새로운 대주주의 영입을 통한 실적개선이라는 점이다. 대주주가 바뀌려면 거래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거래가 유지되려면 대주주가 바뀌어야 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결국 MP그룹의 생사는 거래소의 손에 달려있었다. 거래소는 지난 7일 MP그룹의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소의 결단 덕에 그동안 벼랑 끝에 내몰렸던 MP그룹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게 됐다.

◇ 치킨· 피자 '큰 형님'끼리 뭉쳤다.

유통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결합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미스터피자와 페리카나는 피자와 치킨이라는 국민 간식시장을 풍미했던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미스터피자는 지난 2014년 기준 458호점까지 매장 수를 늘리며 당시 피자업계 1위를 차지했던 회사다.

지금까지도 인지도 만큼은 국내 피자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 갑질 사고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업계 상위권 유지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페리카나는 치킨프랜차이즈 1세대 중에서도 대표격인 회사다. 지난 1982년 1호점을 낸 뒤 지난 2019년 기준 가맹점 수 1144곳으로 업계 3위를 아직도 유지 중이다. 베트남과 몽골, 캐나다, 대만 등 해외에서도 약 50여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최근까지 실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MP그룹의 경우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페리카나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억 원에 불과하다. 다만 자산 대비 부채가 적고 수년간 누적된 이익잉여금이 130억 원 가량 쌓여있어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식사보다는 배달…물류망도 효율화

MP그룹은 이번 대주주 교체로 확보한 200억 원과 자사주 매각 등으로 추가로 50억 원을 더 마련해 총 250억 원의 정상화 자금을 준비했다. 자회사 MP한강의 매각까지 이뤄질 경우 약 400억 원의 추가자금 마련도 가능하다. 

MP그룹은 비용절감을 위한 경영효율화를 기본으로 이번에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매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임을 고려해 식사가 가능한 대형매장보다 배달 중심의 소규모 가맹점 방식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미 페리카나의 경우 매장의 90%가 식사보다는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피자에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시키겠다는 게 페리카나 측의 계획이다. 물류 효율화도 함께 진행된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페리카나의 물류거점 등을 활용해 관련 비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국민의 대표 배달음식인 치킨과 피자가 만났다는 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 중이라는 게 페리카나 측의 설명이다. 국민 먹거리인 피자와 치킨이 결합된 K푸드 모델도 구상 중이다. 양희권 페리카나 회장은 "페리카나와 미스터피자를 결합시킬 생각"이라며 "1개의 점포에서 치킨과 피자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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