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로 알려진 MP그룹의 M&A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신주와 구주를 인수하는 주체가 모두 대금을 납입했다. 계약에 따라 상장만 유지된다면 MP그룹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며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됐다. 대주주 정우현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지만 M&A를 통해 새로운 경영진을 받아들인다는 점은 상장유지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 페리카나 측, 신주 인수 대급 납부 완료
MP그룹의 매각은 두 개의 줄기로 진행됐다. 신주 발행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하는 작업과 기존 대주주의 구주를 매각하는 투트랙이다.
우선 신주다. 최근 MP그룹은 총 4000만 주의 신주를 얼머스-TRI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에 유상증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주당 발행가격은 500원이다. 얼머스-TRI 투자조합은 최근 신주를 인수할 대금 200억 원을 모두 납입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신주 인수만으로 33%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얼머스-TRI 투자조합은 치킨 프랜차이즈 페리카나가 MP그룹 인수를 위해 내세운 컨소시엄이다. 이름처럼 얼머스인베스트먼트와 티알인베스트먼트 등 두 곳의 사모펀드가 참여했다. 얼머스 측은 페리카나를, 티알 측은 ㈜신정을 투자조합의 앵커 출자자(LP)로 내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두 회사 외 다수의 국내 캐피털 회사들이 약 30%가량 투자했다.
얼머스와 티알 모두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트랙레코드가 많지는 않은 곳이다. 얼머스는 지난 2018년 설립된 뒤 피노바이오와 큐로셀, 노벨티노빌리티 등 주로 비상장 바이오 분야 연구업체 6곳에 107억 원 가량을 투자한 이력이 있다. 티알은 코스닥 상장사 옵트론텍이 지난 2014년 출자해 설립된 곳이다. 반도체 업체 엔비스아나의 상장을 추진하다가 접은 뒤 셀트리온의 CB 등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두 곳 모두 상장사 지분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 복잡한 구주 매각…결국 개인투자자에게
구주 매각은 좀 더 복잡하게 진행 중이다. 앞서 신주 인수 주체인 얼머스-TRI 투자조합은 정 전 회장 측이 가진 구주 1000만 주도 함께 인수해 경영권을 물려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 지분을 곧바로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정 전 회장 측의 지분율은 낮추면서 인수부담은 줄이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난항에 부딪혔다. 구주는 당초 법인 형태의 재무적투자자(FI)에게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계약이 연이어 무산되면서 결국 개인 투자자에게 지분을 쪼개서 팔게 됐다. 매각하는 주식 수도 처음보다 크게 줄었다.
최근 MP그룹은 정우현 전 회장과 딸 정지혜 씨가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412만 3078주(5.1%)를 이현민 외 15인에게 총 53억 6000만 원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얼머스-TRI 투자조합이 인수할 예정인 구주의 일부다. 매매대금은 지난 20일 모두 완납됐으며 계약에 따라 삼일회계법인 계좌에 예치한 뒤 MP그룹이 상장을 유지하게 될 경우 계약이 마무리 될 예정이다.
당초 매각 대상은 정 전 회장 측의 보유지분 중 3953만 931주 중 1000만 주였다. 1주당 가액은 1300원으로 총 130억 원 규모였다. 지난 10월 6일 ㈜큐엠그린과 ㈜비에스아이컴퍼니, ㈜로베, 에이치에스마일스톤투자조합 등 FI 4곳이 나서면서 지분 인수 계약을 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MP그룹이 현재 1300원 선에서 거래가 정지되어 있기 때문에 거래재개 이후 주가가 오른다면 수익이 기대됐던 딜이었다.
문제는 MP그룹의 거래재개 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MP그룹은 지난 2015년 적자전환 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공시된 3분기 영업실적도 52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된 연간 적자규모는 114억 원으로 올해도 연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결국 인수자 측은 하나씩 예치했던 자금을 회수하고 계약을 파기했다. 지난 11월 2일에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로베마저 계약을 없던 일로 했다. 이후 매각하려는 주식 수를 대폭 줄이고 개인 투자자 17명을 새로운 인수자로 선정, 계약을 다시 맺었다. 지난 19일 개인투자자 중 1명도 손을 떼면서 최종적으로는 총 16명이 정 전 회장 측의 지분을 나눠 가지게 됐다.
투트랙으로 진행된 딜이다보니 결과적으로 정 전 회장의 구주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지분을 매입하자마자 지분가치가 희석되게 된다. 경영권 매각을 위한 신주발행 때문이다. 주식 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구주 1주당 가격이 신주의 발행가격보다 두배 이상 높다는 점도 이유다. 하지만 만약 거래가 재개되고 지분가치 희석을 상쇄할 주가상승이 있다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정 전 회장의 구주 매각에 대해 기존 MP그룹의 투자자들의 불만도 높다. MP그룹의 거래정지 책임이 전적으로 정 전 회장 측에 있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은 친인척을 MP그룹 직원으로 허위로 취업시킨 후 급여를 지급했다. 가맹점에 공급할 치즈를 구입하면서 정 전 회장의 동생 회사를 끼워 넣어 소위 '치즈 통행세'를 챙겼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심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5년 연속 영업손실과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사실발생 등 두 가지 모두 상장폐지 사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장 일가의 횡령과 배임으로 회사가 큰 위기에 빠지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됐는데 본인은 구주 매각을 통해 수십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며 "회사를 끝까지 책임지려고 했다면 구주 가격을 낮추거나 일부 지분을 소각하는 등 다른 형태의 경영권 매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