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거리두기 해제 첫 주말을 맞아 매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명품은 물론 화장품 매장도 모처럼 북적였다. 1층에 위치한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매장에도 줄이 늘어섰다. 제품을 고르던 박모(38)씨는 "거리두기도 끝나 모임 등이 많아졌다"며 "앞으로 사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아 골라보고 있다"고 했다.
유통가가 엔데믹 기대감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백화점에선 일상회복 기대감에 화장품과 패션 상품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시식 코너가 재등장했다. 앞서 정부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내 시식과 화장품 테스트 운영을 전면 허용했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부진이 이젠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행·외출' 준비 고객 몰려
이날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카멜커피는 입장 대기자만 396팀에 달했다. 명품의 인기도 여전했다. 프라다 매장은 오후 5시가 넘어서도 33팀이 입장을 기다렸다. 구찌 역시 대기자가 30팀에 달했다. 불가리, 부쉐론, 발렌시아가 등 모든 명품 매장이 대기 없이는 입장할 수 없었다.
고객들은 야외 활동과 해외여행을 대비한 쇼핑에도 나섰다. 1층에 위치한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 몬스터' 매장에는 수십 명의 고객이 앞다퉈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4층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 매장에서도 여행용 캐리어를 구입해 나오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매장에선 향수 시향과 테스터를 사용하는 손님들로 분주했다.
쇼핑 대신 시간을 보내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연인, 친구와 함께한 이들은 포토존, 전시회, 팝업 스토어 등 체험 요소를 즐겼다. 이날 마감하는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에는 153명이 대기해 입장까지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셀프 촬영 스튜디오인 '플레이인더박스', 국내외 라면을 선보이는 팝업스토어 '88라면 스테이지'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거리두기 해제 첫 주말, 백화점 업계의 매출도 올랐다. 현대백화점의 지난 주말(4월22~24일)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외부 활동 축소로 감소했던 의류와 색조 화장품 판매 호조가 뚜렷했다. 여성패션(46%), 남성패션(51%), 골프(68%), 화장품(33%) 등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전체 매출도 각각 20%, 31% 늘었다.
2년 만에 열린 '시식 코너'
대형마트도 엔데믹을 앞두고 활기를 띄었다. 그동안 사라졌던 시식 코너도 돌아왔다. 이튿날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갓 구운 목살을 맛보고 있었다. 그는 "고기를 살 생각은 없었는데 먹어보니 맛있어서 구입하게 됐다"며 "시식 코너도 다시 생기고 앞으로 장보러 오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이날부터 시식코너를 열었다. 홈플러스는 전국 135개 점포에서 시식코너를 개시했다. 롯데마트 역시 112개 전 점포에서 시식코너 운영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135개 점포 가운데 100여 개 점포에 시식코너를 마련했다. 마스크를 벗는 만큼 방역 조치가 관건이다. 시식·시음 행사시설끼리는 3m 이상, 취식 중 사람 사이의 간격은 1m 이상 유지해야 한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시식코너 진행 사원 A씨는 "오늘은 2년만에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날"이라며 "손님들도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이제는 곧장 와서 드시고 가신다"며 웃었다. 그는 "시식 여부가 판매에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적어도 두 배 정도는 더 팔린다"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서 시식코너의 역할은 중요하다. 불특정 고객에게 제품을 소개해 곧바로 구매로 연결할 수 있어서다. 식품업체 입장에서도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오프라인 시식이 금지되면서 온라인 시식회 등도 생겨났지만 인원 제한 등 한계가 있었다"며 "신제품의 경우 시식코너가 아니면 사실상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 앞으로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에도 '봄'올까
유통업계는 엔데믹 공식화를 기다리고 있다. 엔데믹이 공식화하면 지금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에게 고객의 방문은 필수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집객 행사 등 대면 마케팅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 이는 곧 매출로 직결된다.
유통업체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복 소비'로 지난해부터 그나마 조금씩 매출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아직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엔데믹 공식화는 가뭄 끝에 단비다. 일각에서는 엔데믹으로 온라인에 쏠렸던 무게추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는 올 2분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온라인보다 높다고 내다봤다.
가정의달이 시작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외출이 많은 어린이날 등 기념일이 많아서다. 백화점·대형마트는 이 시기를 맞아 할인과 체험 행사 등 집객력을 극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대로 온라인쇼핑의 경우 엔데믹이 공식화될 경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엔데믹은 오프라인 업체들에게는 기회, 온라인 업체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이 비대면 문화 속 편의성을 강조해 왔다면 오프라인 매장들은 체험에 집중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왔다"며 "온라인 선호도가 여전히 높지만 엔데믹이 본격화된다면 매장 리뉴얼과 체험형 공간 조성으로 온라인에 빼앗겼던 고객 수요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