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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마케팅' 하림의 항변, 빗나간 포인트

  • 2022.07.23(토) 10:05

[주간유통]하림, '더미식밥' 환불 마케팅
'물과 쌀로만 지은 밥' 강조…품질 자신감
기존 제품과 차별점 부족…소비자 어필 관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하림의 '자신감'

지난 19일 오전 하림에서 보도자료를 하나 보내왔습니다. 하림이 최근 선보인 즉석밥 '더미식밥' 이벤트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맛없으면 100% 환불". 보도자료를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더미식 밥 24개입 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인기 즉석밥 체험팩을 무료로 함께 증정해 시식한 후 맛이 없거나 만족하지 못하면 100% 환불해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맛이 없으면 환불해주겠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마케팅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홈플러스도 지난 2018년 신선식품을 구매한 후 맛이 없으면 환불해 주는 제도를 도입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업계에 꽤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던 이벤트였습니다. 하림의 보도자료를 읽으면서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림이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은 그들의 표현처럼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미식밥의 점유율이 국내 즉석밥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더미식밥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1%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즉석밥=햇반'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강력하게 통용되고 있습니다. 그 뒤를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뒤쫓고 있습니다. 즉석밥 시장의 90% 이상을 햇반과 오뚜기밥이 차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림의 더 미식밥은 그 틈을 파고들려고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MSG' 논란과 '첨가물' 논란
 
물론 더미식밥이 출시된지는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단기간 내에 점유율을 눈에 띄게 끌어올릴 수는 없었을 겁니다. 햇반과 오뚜기밥의 시장 장악력이 공고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하림의 더미식밥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하림이 '프리미엄'을 앞세워 더미식밥을 밀고 있지만 햇반과 오뚜기밥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합니다.

하림은 더미식밥을 출시하면서 "첨가제를 넣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종의 '네거티브 마케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주로 후발주자들이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93년 럭키(현 LG화학)의 'MSG 논란'입니다. 당시 조미료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럭키는 '맛그린'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미원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칩니다.

1995년 한 일간지에 실린 LG화학의 '맛그린' 광고 / 사진=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그때 럭키는 '맛그린에는 화학적 합성품인 MSG를 넣지 않았다'고 광고합니다. 자신들을 제외한, 특히 대상의 미원은 화학적 조미료라고 간접적으로 '저격'한 겁니다. 사실 MSG는 화학조미료가 아닙니다. 럭키는 잘못된 사실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결국 럭키는 시정명령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여파로 'MSG=미원=화학조미료'라는 인식이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됩니다.

하림의 '첨가제 마케팅'과 럭키의 'MSG 마케팅'은 무척 유사합니다. 햇반과 오뚜기 밥에는 각각 '미강 추출물'과 '산도 조절제'가 들어갑니다. 미강 추출물은 쌀의 속 껍질에서 뽑아내는 식품입니다. 첨가물이 아닙니다. 산도 조절제의 경우 식품 보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다양한 즉석식품에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하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하림 측의 '항변'

하림의 '환불 마케팅' 보도자료를 보고 들었던 의문들을 기사로 풀어냈습니다. 그러자 하림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하림 측은 "무첨가물에 갓 지은 집 밥 그대로의 풍미를 살린 것은 더미식밥의 강점"이라며 "이번 환불 마케팅은 더미식밥의 강점을 더 많이 경험하게 위한 프로모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첨가물을 내세워 차별화 포인트를 주려 했다는 것이 하림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어 "하림의 무첨가물 즉석밥 개발은 5년여 에 걸쳐 공장을 세우고 많은 시행착오와 연구를 거친 결과물"이라며 "지금은 단종된 '순밥'과 더미식 밥(백미밥)은 쌀 품종이 아예 다르다. 100% 쌀이 성분의 다인데 품종이 달라진 만큼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순밥과 달리 더미식밥은 모두 11종을 내놓았으니 이것도 순밥과 다른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더미식밥'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제공=하림

순밥은 하림이 지난해 선보인 첫 즉석밥 제품입니다. 그때도 하림은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결국 단종됐습니다. 더미식밥은 순밥에 프리미엄을 더해 내놓은 후속작인 셈입니다. 하림의 입장에서는 더미식밥을 통해 즉석밥 시장에 재도전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불어 첨가물 마케팅에 대한 의견도 전해왔습니다. 하림 측은 "오뚜기밥 등에 들어가는 산도조절제는 인체에 무해할 정도인 0.1%이기는 하지만 식약처에서도 건강보조식품에는 1도 넣지 못하는 금지품목"이라며 "칼슘 형성을 막는 산도조절제가 들어간 즉석밥을 먹을 때 건강 보조식품과 같이 먹으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식약처에서도 산도조절제 등을 먹으면 2시간 후에 건강보조식품을 먹으라고 밝힌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민해야 할 지점은

하림 측의 항변을 받아보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하림의 입장에서는 이번 환불 마케팅을 통해 자신들이 내놓은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이를 곧 판매 확대로 연결시키고 싶었을 겁니다. 가뜩이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인 마케팅을 '고육지책'으로 평가했으니 억울했을 겁니다. 그래서 하림의 항변을 찬찬히 여러 번 읽어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점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하림 측의 설명대로 기존의 즉석밥과 다른 프리미엄 제품이라면 소비자들이 그 차이를 먼저 알고 선택했을 겁니다. 더미식밥은 햇반이나 오뚜기밥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그 가격 차이를 감내할 만한 요소가 더미식밥에 있어야 합니다. 그 차이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보다 먼저여야 합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첨가물에 대한 하림 측의 항변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림은 산도조절제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사용했느냐 안했느냐에 마케팅 포인트를 맞추고 있습니다. 쌀과 물로만 밥을 지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하지만 산도조절제는 여러 가공 식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업체들도 기준치를 넘기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기준치를 넘겨 문제가 생기면 식품업체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연예인들의 남용으로 사회적 문제가 됐던 프로포폴의 경우 사실은 일반적인 수술 시에 마취제로 흔히 사용됩니다. 그것을 사용했느냐 여부가 아니라 기준치를 넘겨 남용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림 측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제품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프리미엄이라면 프리미엄답게, 기존 제품과 다르다면 다른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하림은 종합식품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미식'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라면과 짜장면에 이어 즉석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더미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아직 박합니다. '프리미엄이라고 가격만 높을 뿐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림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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