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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두' 바이오 외치는 유통가…'기회의 땅' 될까

  • 2023.02.21(화) 08:53

CJ제일제당 효자된 '바이오' 사업
“식품만으론…” 바이오로 속속 진출
많은 시간‧비용 투자…인내가 관건

식품업계에 바이오 사업 진출 바람이 불고 있다. 성장성이 떨어지는 식품 사업을 보완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이오는 식품과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는 분야다. 시장 전망성도 좋다. 다만 빛을 보기까지 시간·비용 투자가 만만치 않다. 쟁쟁한 플레이어도 많다. 이 때문에 수익성만 바라보고 뛰어들기엔 만만한 분야가 아니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야~나두" 바이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바이오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은 CJ제일제당이다. 사료 첨가제와 아미노산 등 단백질 소재를 생산하는 '그린 바이오' 전략이 통하면서 CJ제일제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더해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10월 바이오 기업 '천랩'을 인수하면서 '레드 바이오' 사업에 재진출했다. 올해 1월 3일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변경하고 자회사 편입을 마쳤다.

CJ제일제당 바이오부문 매출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CJ제일제당의 바이오 매출은 지난해 4조원을 돌파했다. 식품 부문 성장률을 넘어서면서 이젠 바이오가 실적을 견인하는 분위기다. 물론 과거 CJ제일제당은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매각하면서  바이오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당시 제약 위주의 바이오 사업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이제 그린 바이오를 캐시카우로 다시금 '종합 바이오'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다른 식품사들도 바이오 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업계 2위 대상도 바이오에서 미래 먹거리 확대에 나섰다. 대상의 모회사 대상홀딩스는 지난해 7월 '대상셀진'을 설립해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대상셀진은 생명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화장품·의약품·바이오시밀러 등을 연구에 돌입했다. 동원그룹도 최근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바이오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오리온도 지난해 11월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신규 자회사를 설립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사업은 의약품, 소비재, 식품원료 개발 등이다. 현재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 유통업계 '맏형' 롯데도 바이오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롯데 지주는 지난해 2165억원을 투입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700억원을 투입해 롯데헬스케어도 신설했다. 

바이오 점찍는 이유 

바이오는 크게 3가지 분야로 구분된다. 농수산업·식품 분야를 뜻하는 그린바이오, 친환경 소재·에너지 분야에 응용되는 화이트바이오, 의료·제약 분야인 레드바이오 등이다. '건강'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식품과 바이오도 같은 카테고리에 묶을 수 있다. 본업과의 시너지를 노려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팬데믹-이후-바이오시장-전망 /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이 경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 강해졌다. 백신 등이 이슈가 되면서 바이오 사업에 대한 시장 가치가 높아졌다. 반면 식품 부문은 실속이 줄고 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부담은 연일 높아져 가고 있다. 가격을 올려도 매출만 늘어날 뿐 영업이익은 감소세다. 곧 인구절벽도 예상된다. 내수 위주인 식품 기업에겐 큰 타격이다. 

식품 기업에게 바이오는 좋은 돌파구인 셈이다. 실제로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바이오 시장 분야는 올해 6792억달러 규모에서 2027년 9113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위기도 좋다.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시스템반도체, 미래차와 함께 3대 신산업으로 꼽고 있다. 성공만 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CJ제일제당이 그 사례를 보여줬다. 

'기회의 땅' 맞나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는 시간과 투자가 오래 걸리는 사업이다. 바이오 특성상 결과물이 회사에 수익을 안겨줄지도 불확실하다. 실제로 바이오기업들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기도 한다. 문제는 대부분 식품 기업에게 바이오는 아직 주업이 아닌 부업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긍정적 면만 보고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작지 않다.

이미 앞서간 경쟁자들도 많다. 식품업계뿐 아니라 화학 유통 여러 사업군에서 바이오 사업으로 뛰어들고 있다.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등 정통 제약바이오 기업도 존재한다. 자금력 면에서도 업계를 훨씬 앞서는 곳이다. CJ제일제당도 한번의 철수를 경험한 분야다. 자칫 사업을 크게 벌렸다가 경쟁에서 밀려 본업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바이오 사업은 대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한화는 지난 2015년 바이오 사업을 매각했다. 바이오 사업을 20년 동안 운영했지만, 한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최근 제약바이오에 재진입한 롯데도 과거 성장세 둔화로 사업을 매각했던 했던 바 있다. 이 때문에 후발 업체들은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제휴를 맺거나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흑자를 내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며 "그만큼 막대한 비용을 오랜 기간 투자해야 하는 분야다. 식품 기업들이 이 부분을 견뎌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근 오히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 외식업, 건강식품에 진출하고 있는데, 업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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