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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커머스 '핵'으로 떠오른 GPT

  • 2023.03.03(금) 07:30

소비자 정보 기반 '초개인화' 눈앞 
'4세대 이커머스' 진입 기준은 'GPT'
'알고리즘 조작·인력 감축' 부작용도

온라인 AI 챗봇 서비스 GPT가 연일 화제입니다. 저도 최근 푹 빠져서 써보고 있는데요. 그 무궁무진한 활용도에 매번 놀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입력된 답변을 하는 챗봇 정도로 생각했는데 사용해보니 생각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매번 달라지는 답변, 기록된 질문을 통한 개인화에 놀랐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대가 될까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전 최근 쇼핑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30대에 가장 인기 있는 패딩을 추천해줘',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향수 세 개만 꼽아봐' 등 시시콜콜한 것도 물어봅니다. 이전에는 관련 패션 커뮤니티나 게시판 등을 통해 물어봤던 것들이죠. 포털에서 일일이 검색을 하고 광고성 게시물을 피해 정보를 찾아야 했습니다. 이 과정이 없어지니 편했습니다. 정확도도 나름 높았고요.

앞으로 온라인 쇼핑 공식은 크게 바뀔 겁니다. 특히 플랫폼 기반 사업인 이커머스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겁니다. 기존 온라인 쇼핑은 커머스를 통한 상품 검색→비교→구입으로 나눠지는 세 단계였습니다. 앞으로는 이 과정이 하나로 통합돼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란 얘깁니다.

GPT가 적용된 쇼핑 플랫폼은 상상만 해도 막강합니다. AI가 고객의 검색어나 이전 구매 기록 등을 통해 개인화된 상품을 딱딱 추천할 겁니다. 말 그대로 취향 저격이죠. 여기에 더해 AI 이미지 생성으로 개인 사진을 올린 뒤 구매할 옷의 '착샷'도 미리 볼 수 있겠죠. 가상 현실(VR) 쇼핑몰도 더 이상 상상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지리적 제한 없는 쇼핑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올 겁니다. 

무서운 점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이 기술이 더 정교해질 것이란 사실입니다. 사실 GPT 기술의 포인트는 소비자에 있는 게 아니라 기업에 있습니다. 커머스 플랫폼은 이를 통해 많은 일을 단번에 '효율화'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에 등록되는 상품 설명이나 리뷰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상품이 플랫폼에 등록될 겁니다. 오픈마켓도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되겠죠. 

마케팅은 어떨까요. 고객 빅데이터를 AI로 해석해 효율적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판매 추이, 경쟁사 가격 변화에 따라 쿠폰 발행 등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의 약점이던 CS분야의 혁신도 예상됩니다. GPT는 실시간으로 고객의 질문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GPT 기술은 배송과 물류 등 분야에서도 쓰이며 시간과 돈 등 자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 GPT의 활용도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업계는 이미 AI 알고리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새로운 제품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 소비자 데이터의 활용성을 높이는데 주력 중 입니다. 기존 '필더링 방식' 대신 '협업 필터링',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했죠. 이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도 '동적 가격 조정 기술'을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가격 경쟁 상황을 모니터링해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하는데 사용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이야기들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겁니다. 

국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근 쇼핑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네이버가 대표적입니다. 네이버는 GPT 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오는 7월 공개할 예정입니다.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죠. G마켓도 최근 모바일 앱 전면에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서비스를 적용했습니다. 롯데도 지난달 KT와 손잡고 'AI 운송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3세대입니다. 가격 비교와 다양한 상품이 승부처였던 1·2세대에서 배송 경쟁까지 불붙은 3세대로 온 것이죠. 이젠 GPT가 업계의 '4세대' 진입을 가르는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쇼핑 플랫폼은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판이 바뀌면서 새로운 다크호스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로켓배송을 들고 나왔던 과거의 쿠팡처럼 말입니다.

물론 변화에 밝은 면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각 커머스 플랫폼들이 자사에 유리하게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일도 나타날 거고요. 이는 시장을 '왜곡'할 수 있죠. GPT의 도입으로 효율화를 위해 인력 줄이기에 나서는 곳도 많을 겁니다. 플랫폼 종속 현상도 문제입니다. 최후에는 막강한 알고리즘을 가진 플랫폼 한곳이 온라인 쇼핑 시장을 독점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GPT는 앞으로 많은 것을 바꿔 놓을 겁니다. 이는 비단 이커머스에 한정된 일이 아닙니다. 사회 전반에서 변화가 시작될 겁니다. 이는 서로 맞물려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내겠죠. 사실 기자인 제 게도 남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GPT 검색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기사를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쩌면 GPT가 직접 기사를 쓰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다가올 미래가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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