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의 1인자를 꼽으라면 누구라도 스타벅스를 꼽을 겁니다. 매출이면 매출, 이익이면 이익 모두 경쟁자를 압도하는 브랜드가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1999년 7월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선두 자리를 내준 적이 없습니다.
2인자를 꼽으라면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를 것 같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매장 3000개를 돌파한 이디야커피를 제일 먼저 꼽아야겠죠. 브랜드 파워나 규모 등을 고려하면 투썸플레이스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저가 커피의 왕자 메가커피도 후보군이죠.
시계를 10년쯤 전으로 돌려 보면 완전히 다른 브랜드들이 2위 다툼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바로 롯데그룹의 엔제리너스커피와 카페베네입니다. 두 브랜드 모두 전성기에는 1000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하며 스타벅스와 경쟁했죠. 하지만 지나친 출점 경쟁의 반작용으로 나란히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카페베네는 매장 수가 200개대로 밀리며 여전히 부진한 반면 롯데라는 뒷배가 있는 엔제리너스는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반등을 노리는 모양새입니다.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엔제리너스는 아직도 4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때 경쟁했던 스타벅스와는 1000개 이상 격차가 벌어졌지만 할리스커피, 파스쿠찌 등과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반등을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20년 가까이 유지해 왔던 '아기천사' 로고를 과감하게 빼고 심플한 이미지로 BI를 교체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습니다.
엔제리너스의 '변신'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빵'입니다. 지난 2020년 엔제리너스는 신메뉴로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를 도입했습니다. 현지인들이 아침으로 커피와 반미를 즐기는 것을 눈여겨 본 베트남 현지 주재 직원이 낸 아이디어를 반영한 거였죠.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딱딱한 바게트를 쫄깃한 쌀 바게트로 바꾸고 에그마요, 불고기 등 다양한 토핑을 채웠습니다. 스타벅스 등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판매하는 샌드위치가 완제품을 냉장 보관했다가 주는 것과 달리 엔제리너스의 반미는 즉석에서 조리해 제공한다는 것도 차별점이었죠.
반미의 인기로 5% 미만이던 엔제리너스의 사이드 메뉴 매출 비중은 10%대까지 올랐습니다. 젊은층이 갖고 있던 '커피가 맛없는 카페'라는 이미지도 '반미 맛집'으로 바뀌었죠.
반미의 성공에 힘입은 걸까요. 이후 엔제리너스는 '베이커리 특화 매장'을 늘려나갑니다. 지난 2021년 '윤쉐프 정직한 제빵소'와 손잡고 석촌호수DI점을 베이커리 카페로 탈바꿈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롯데월드몰B1점, 대구 엔제리너스 아일랜드점, 서울 수유역점 등을 연이어 베이커리 특화 매장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사실 '베이커리 특화'는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식음료 업계의 성공 보증수표 중 하나입니다. 빵을 굽는 고소한 냄새는 본능적으로 식욕을 자극하죠. '빵지순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빵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도 많습니다. 인기 있는 베이커리를 확보할 수 있다면 손님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이런 면에서 엔제리너스의 '베이커리 특화' 정책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단순히 다양한 빵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유명 베이커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빵 마니아들을 불러모으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쉐프 정직한 제빵소와 콜라보한 석촌호수점, 롯데월드몰점 이후로도 대구 엔제리너스 아일랜드점은 경주의 유명 베이커리 '랑콩뜨레'와 손잡았고 수유역점은 대한민국 제과명장 박준서 명장의 '명장시대'와 함께 했습니다.
엔제리너스가 이런 식으로 확보한 '베이커리 특화 매장'은 현재 20여 곳입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베이커리 특화 매장을 늘려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한 때 엔제리너스는 대기업이 물량 싸움을 통해 시장을 점령하려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습니다. 5년 후 쯤에는 엔제리너스가 식음료업계 '부활의 상징'으로 꼽힐 수 있을까요. 그 열쇠는 '빵'에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