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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 스벅 사이…이디야커피가 가는 길

  • 2022.08.24(수) 12:01

자체 로스팅 공장으로 경쟁력 강화
연내 괌 매장 오픈…해외진출 본격화
실적 개선 후 IPO 재추진 가능성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디야커피가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1000원대 아메리카노를 앞세운 초저가 브랜드의 등장과 기존 커피전문점들의 프리미엄화 사이에서 잃어가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다. 지난 2020년 세운 자체 로스팅 공장 '드림팩토리'와 자체 스틱커피 브랜드 '비니스트' 라인업 확대, 해외 공략 등을 신무기로 내세우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지면 기업공개(IPO)에 다시 나설지도 주목된다.

'저가커피' 대명사였는데

이디야커피는 한때 저가 커피의 대명사였다. 2000년대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다른 토종 커피 브랜드들은 스타벅스에 맞서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이디야는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작은 매장, 경쟁 브랜드 대비 1000원 이상 싼 2000원 초반의 가격으로 또다른 시장을 공략했다. 

결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스타벅스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이디야는 단 한 번의 역성장 없이 승승장구했다. 매출은 2012년 420억원에서 지난해 2434억원으로 10년 새 6배 늘었다. 매장 수도 10년 만에 800여개에서 3300여개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장 수로는 업계 1위 스타벅스보다 2000여개 가까이 많다.

하지만 연이은 가격 인상과 더벤티 등 초저가 커피 브랜드의 등장으로 이디야커피는 어느덧 '저가 커피'라 부르기 어려운 브랜드가 됐다. 현재 이디야커피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3200원. 저가커피의 대명사인 더벤티·메가커피(1500원)의 2배가 넘는다. 품질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가격 차다. 연간 수억 잔을 판매하는 편의점 커피도 이디야커피의 '가성비' 포지션을 차지했다.

이디야커피가 한 잔에 4500~5000원을 받는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등을 따르는 것도 쉽지 않다.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주요 커피전문점들의 기본 전략은 넓은 매장과 세련된 인테리어를 통한 '공간 판매'다. 이디야커피는 창업비용이 저렴하고 적은 면적에서도 창업할 수 있는 '틈새 점포' 컨셉트로 성장해 온 브랜드다. 최근 들어 대형 매장을 늘리고는 있지만 기존 점포들은 변화가 쉽지 않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회심의 카드 '드림팩토리'

브랜드 정체성을 다시 세워야 했던 이디야커피의 결정적 한 수는 '이디야 드림팩토리'였다. 드림팩토리는 지난 2020년 4월 가동을 시작한 이디야커피의 자체 로스팅 공장이다. 연면적 1만3064㎡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세계적 로스팅 기기 제조사인 스위스 뷸러, 독일 프로밧의 최신식 설비를 도입했다. 특히 뷸러의 인피니티 로스터는 아시아 로스팅 공장 중 최초로 도입한 기기다. 

직접 로스팅을 함으로써 품질도 크게 개선됐다. 갓 볶은 원두를 바로 매장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각 원산지에서 생산한 생두를 미국에서 로스팅한 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다. 로스팅 시점으로부터 최소 보름에서 1개월 이상 지난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갓 볶은 원두와 품질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디야 관계자는 "드림팩토리 준공에 맞춰 세계 각국의 생두를 발굴, 1000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 원두를 업그레이드했다"며 "차별화된 블렌딩 비율과 로스팅 기술로 커피의 풍미를 한층 개선했다"고 말했다.

드림팩토리에서는 '비니스트'와 파우더도 생산한다. 비니스트는 2012년 출시한 이디야커피의 자체 스틱커피 브랜드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는 물론 토피넛라떼, 커피믹스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비니스트는 전국 가맹점은 물론 대형마트, 편의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 근무를 하거나 홈 카페를 즐기는 수요가 늘면서 집에서도 이디야의 커피를 맛볼 수 있게 한다는 의도다. 지난 6월에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출시하며 전체 라인업을 10종으로 확대했다. 

비니스트는 이디야의 해외 공략의 선봉장 역할도 맡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미국 수출길도 뚫었다. 몽골, 호주, 대만, 홍콩에 이어 지난해 4월 커피믹스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고 올 초에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 입점, 중국 시장에도 발을 디뎠다. 

이디야커피 평택 드림팩토리 로스팅실 /사진제공=이디야커피

다음 스텝은 해외 진출·IPO

이디야의 다음 과제는 해외 진출이다. 이디야커피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매장 확보 전략으로 국내 시장에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매장 수가 3000개가 넘어간 만큼 출점 속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꾸준히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 왔다. 지난 6월 이석장 딜로이트컨설팅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 역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행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디야커피는 연내 괌에 이디야커피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2005년 중국 진출 실패 후 처음으로 여는 해외 매장이다. 

여기서 성과를 낼 경우 IPO도 재추진할 수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2017년 IPO를 추진했다가 가맹점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문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내실을 다지고자 잠시 보류했던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기틀을 다시 한 번 마련하겠다"며 상장 의지를 보였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해 실적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만큼 해외 진출과 비니스트의 성장이 동반된다면 빠른 시일 내 IPO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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