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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 또 대표 교체…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 2025.01.17(금) 07:00

조규동 신임 대표이사 선임…8개월 만에 교체
외부 인사에서 내부 인재 발탁으로 방향 선회
리브랜딩 추진…"가맹점 재무적 부담 최소화"

/그래픽=비즈워치

이디야커피가 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이에 따라 잦은 리더십 교체로 내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그간 외부 인력을 대표로 영입했다면 이번엔 내부에 리더십을 맡긴 점이 눈에 띈다. 이디야는 단계적으로 리브랜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8개월 만에 '또'

업계 등에 따르면 이디야는 이달 이사회를 열고 조규동 이디야 유통사업·SCM본부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조 대표는 2001년 오리온그룹에 공채로 입사한 후 2018년 이디야커피에 입사해 유통사업·SCM본부장, 가맹사업본부장, R&D본부장 등을 맡아온 인물이다. 이번 선임으로 조 대표는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과 공동 대표직을 맡게 됐다.

앞서 이디야는 지난해 4월 문 회장의 아들 문승환 경영전략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그와 동시에 김상수 롯데마트 신규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김 전 대표는 29년 간 유통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김 전 대표는 8개월 만에 경영고문으로 물러났다. 

낮선 풍경은 아니다. 이디야커피는 2001년 창업 이후 20여 년 동안 문창기 회장 단독 대표 체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브랜드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반전을 꾀했다. 

이디야커피 대표이사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2022년 6월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 출신의 이석장 대표를 영입했고, 그해 7월엔 GS리테일의 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 호텔 대표를 대표이사로 영입하며 3인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문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이 대표는 전략과 기획, 권 대표는 가맹과 유통 분야를 맡아 각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디야가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고 해외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대표 취임 1년 만인 2023년 6월 사임했다. 권 전 대표 역시 같은 해 12월에 이디야커피를 떠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디야커피의 잦은 리더십 교체가 조직 운영과 성과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가 선임된 지 1년 안팎의 기간에 새 대표로 교체되면서, 조직이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새 대표가 업무와 조직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이디야가 내부 문제를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전문경영인의 의사결정이 제한된다면, 대표의 역할은 형식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간힘을 써봐도

이디야커피는 지난해부터 리브랜딩에 힘써왔다. 컬래버레이션과 시그니처 메뉴 출시, 음료·베이커리 제품군 다변화 등 단계적인 변화를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이디야커피는 창사 이래 최초로 광고모델을 기용했다. 지난해 10월 인기 배우 변우석을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면서 가맹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광고비 전액을 본사가 부담했다.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2023년 이디야커피의 매출은 전년 대비 0.8% 줄어든 2755억원을 기록했다. 이디야커피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첫 역성장이었다. 국내 커피 시장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의 대형 브랜드와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초저가 브랜드로 양분화됐다. 중간 가격대를 가진 이디야커피는 포지션이 애매해졌다. 

이디야 실적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이디야커피는 한때 국내 최대의 커피 프랜차이즈였다. 2001년 3월 1호점을 낸 이후 2013년엔 1000호점을 달성했고, 2016년 2000호점, 2019년엔 3000호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4000호점을 돌파했다. 

하지만 '호점'은 몇 번째로 개점한 매장이냐는 의미다. 따라서 실제로 운영 중인 매장 수와는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정보에 따르면 이디야커피의 가맹점 수는 2020년 2885개, 2021년 3018개, 2022년엔 3019개였다. 신규 개점이 폐점한 수보다 많아야 전체 매장 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디야의 신규 매장 출점 수는 2021년 218개에서 2022년 196개로 10.1% 줄었다. 그와 달리 계약해지는 2021년 88개에서 2022년 196개로 122.7% 늘었다. 

매장들의 저성장은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이디야의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1% 감소한 8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4억원으로 45.7% 줄었다. 매출은 2778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등할까

업계에선 이디야가 노후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선 제품, 공간 등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맛과 품질을 높이더라도 소비자가 제품을 경험하고 싶게 하는 '트리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격'이다. 하지만 이미 저가커피가 포화 상태인데다, 가맹점들의 이익을 생각하면 무작정 가격을 인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디야커피 매장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디야커피는 시장 변동성을 주시하면서 리브랜딩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디야커피가 파격적인 리브랜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가맹점주들이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가맹본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만큼 가맹점들의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더 나은 고객 경험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맹점주의 재무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의 장기적인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적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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