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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CJ제당·LG생건·농심이 신세계 축제에 한데 모인 이유

  • 2023.06.12(월) 07:40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6개 업체 부스 방문기
신세계 통해 신제품 먼저 선뵈고 단독상품 출시
업계 "쿠팡과 갈등 빚는 제조사…신세계와 연합"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파트너십 체험관의 CJ제일제당 부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제일제당&이마트'라고 적힌 보랏빛 부스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양사 파트너십 체결 기념 현장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부스 한 켠 화면에선 이마트와 CJ제일제당의 유대를 강조하는 영상이 반복된다. '세상에 없던 제일 혁신적인 푸드의 신세계' 등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두 기업의 협업을 상징화한 꽃 모양의 심벌도 함께다. 

신세계 유니버스와 연대

지난 9일 오후 서울시 코엑스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내 파트너사 체험관을 찾았다. 이곳에선 CJ제일제당 등 6개 업체가 참석해 신세계와의 연대를 내세우고 있었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신세계가 추진 중인 온·오프라인 융합 소비 생태계다. 오픈형 멀티 플랫폼 구축으로 쿠팡 등에 빼앗긴 고객들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신세계는 자신들이 영위하지 않는 사업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파트너사를 늘리고 있다.

풀무원과 농심 LG생활건강의 부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CJ제일제당 등 식품·생활용품 등 제조사들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과 신세계는 최근 급성장한 쿠팡과 사이가 껄끄럽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세계는 전용 상품 개발 등 협업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업체들의 관심도도 높다. 전날(8일)에는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와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등이 직접 행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슷한 시각 방문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도 전해진다. 

파트너사 체험관에서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부스에는 농심, CJ제일제당, #{풀무원], 매일유업,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가 참가했다. LG생활건강은 우주를 콘셉트로 이마트와 함께한 미래를 그렸다. 미래에 이마트 우주 1호점이 생겼다는 것을 가정해 공기 칫솔 등 가상의 우주 생활용품을 선보였다. 특히 '2053년에도 이마트는 LG생활건강의 기술의 제품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선출시에 단독 상품도

농심은 정용진 부회장의 먹방 효과가 상당했다. 농심은 '농심의 현재와 미래'를 콘셉트로 부스를 꾸몄다. 최근 출시한 '하얀 짜파게티'와 단백질 음료 '데이 플러스' 프로틴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장 부스 관계자는 "전날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부스를 방문해 하얀 짜장면을 먹고 인스타에도 게시를 했다"며 "이로 인한 홍보 효과가 컸다"고 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부스마다 내놓은 신제품과 이마트 단독 상품 등도 눈길을 끌었다. 유한킴벌리는 풀 대신 물을 사용해 화장지 면을 겹치는 기술을 적용한 '크리넥스 내추럴소프트' 제품을 선보였다. 부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다음 달 이마트에서 선판매될 예정이다. 풀무원은 지구식단 두유면 등 식물성 식품을 선보였다. 현장 부스 관계자는 "이마트와 협업해 비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용 상품 등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J제일제당은 곧바로 행동에 나선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전날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 시작에 맞춰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앞으로 공동 상품 개발을 통해 주요 가정간편식(HMR) 제품인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 식물성 제품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개발된 핵심 신제품들은 이르면 오는 8월 신세계 플랫폼에서 선판매될 예정이다. 

쿠팡하곤 좀 그래...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을 두고 쿠팡에 대한 견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제조업체들이 쿠팡에 위기감을 느껴 신세계에 힘을 실어주려는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납품가격에 대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면서 "제조사들이 이에 맞서 신세계와 연합전선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실제로 이날 파트너십 체험관에 참가한 업체 다수는 쿠팡과 한 번씩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전쟁’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의 납품가 갈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햇반 등 주요 제품을 철수시켰다. 양사는 여전히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와의 협업은 쿠팡을 상대로 협상력을 올릴 좋은 수단일 수 있다.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쿠팡과 납품단가를 두고 협상을 벌이다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농심과 쿠팡의 관계도 좋다고 할 수 없다. 현재 농심 백산수는 여전히 로켓배송 서비스가 막힌 상황이다. 과거 마진 등에 대한 협상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영향이다. 자사몰 강화를 고심 중인 유한킴벌리, 매일유업도 쿠팡의 성장이 썩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다만 이들 업체들은 행사 참여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참가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평소와 같은 마케팅 차원으로 참여가 이뤄진 만큼 쿠팡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쿠팡과 직접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여러 상품이 오픈마켓 상품으로 풀리고 있는 만큼 반 쿠팡 연합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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