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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먹태깡 언제 와" 편의점마다 아우성…미소 짓는 농심

  • 2023.07.05(수) 07:40

먹태깡 '돌풍'…편의점 3사 과자 매출 '1위'
과거 허니버터칩 잔상…"시설 증설은 없다"

어렵게 구입에 성공한 먹태깡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먹태깡, 하루 만에 한 박스가 다 팔렸어요"

지난 3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의 한 편의점. 기자가 '먹태깡' 재고 여부를 물으니 점원은 두 손으로 엑스를 그려 보이며 이같이 답했다. 편의점 점원은 "며칠전 한 박스가 들어왔는데 학생과 직장인들이 몇 봉지씩 사가더니 금세 동이 났다"며 "워낙 유명해져서 이젠 발주를 넣어도 언제 올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농심의 신제품 먹태깡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근마켓에서도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제2의 '허니버터칩'이란 얘기도 나온다. 먹태깡은 농심 '깡' 시리즈의 6번째 제품이다. 지난달 26일 편의점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뜻밖의 인기에 농심은 조용히 웃음 짓고 있다. 가격 인하 압박 속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어서다.

돌고 돌아 겨우 '득템'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홍대입구역 등 신촌 근처 편의점을 두루 들러봤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4~5곳을 방문했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포켓CU', '우리동네GS' 등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근처 매장의 재고를 확인하니 모두 '0'이었다. 다행히 이화여대 근처의 한 편의점에 들러 겨우 먹태깡 한 봉지를 구매할 수 있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편의점 앱에 나온 먹태깡 재고 현황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현재 농심에 따르면 먹태깡의 누적 판매량은 출시 4일 만에 67만봉을 넘어섰다. 현재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에서도 과자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CU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첫 발주가 시작된 이후 전체 물량의 90%가 소진됐다. 같은 기간 GS25에서도 92%가 판매된 상황이다. 사실상 완판에 가까운 수치다. 이 때문에 CU는 이달 1일 먹태깡 발주를 중단했다. GS25도 이날 발주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농심 자사몰인 '농심몰'도 품절 상태다. 앞서 농심은 한 아이디당 4봉지로 구매 제한을 뒀지만 주문이 몰리면서 농심몰 구매를 막았다. 이런 품귀에 중고마켓에도 등장했다. 현재 당근마켓에서 먹태깡의 소매가인 1700원보다 1000~2000원가량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두 봉지는 5000원 선으로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 

과연 먹태깡의 맛은

부푼 기대를 안고 어렵게 구한 먹태깡의 봉지를 뜯었다. 마요네즈 향이 섞인 알싸하고 고소한 향이다. 과자 표면의 고추 조각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매운맛은 아니었다. 쌀 새우깡에 고추마요 풍미가 더해진 맛과 같았다. 무엇보다 씹히는 조직감이 좋았다. 단면을 살펴보니 일반 새우깡보다 구멍이 오밀조밀했다. 

먹태깡의 단면과 표면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식감이 좋아 맥주와의 궁합도 좋아 보였다. 새우깡과는 분명 차별화된 매력이 있었다. 먹태의 맛도 어느 정도 느껴졌다. 다만 조금 더 알싸함이 강해도 좋을 것 같았다. 현재 SNS상에서는 이미 다양한 '베리에이션(variation)'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북어 분말을 넣어 흔들어 먹거나 맛소금을 넣으면 더 맛있다는 내용 등이다. 이를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들이 쉽게 먹지 못하는 과자를 구입했다는 성취감도 따랐다. 

먹태깡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는 유명 신제품 구입을 '놀이화'하는 경향이 있다. 구매하기 어려울수록 흥미가 더해진다. SNS와 인터넷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면 이른바 '오픈런'이 나타나는 이유다. 특히 먹태깡은 직장인인 MZ세대의 흥미를 자극한다. 회식 때 먹던 먹태가 새우깡으로 등장한 점이 재미 요소다. 

표정 관리하는 농심

농심은 조용히 웃음 짓고 있다. 모처럼의 신제품 흥행으로 매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먹태깡이 '롱런' 한다면 새우깡에 이어 하나의 주력 상품이 될 수 있다. 현재 식품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전기료 등 제반 비용의 인상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고물가에 민감한 정부 눈치에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당근마켓에 올라와있는 먹태깡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실제로 최근 농심은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간판 제품의 가격을 내렸다.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내렸다. 향후 가격 인하에 따르는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먹태깡 흥행은 가뭄 속 단비와 같다. 가격 인하 손실분을 먹태깡이 채워줄 수 있어서다. 

물론 반짝 인기로 그칠지 롱런할지 아직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제품 출시 초기 SNS에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팔도 꼬꼬면의 사례도 있다. 하얀 국물 열풍을 일으켰지만 인기는 1년도 채 못 가서 식었다. 당시 초반 흥행만 믿고 5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증설했던 팔도는 뼈아픈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 때문에 농심 측도 생산 시설 증설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좀 더 판매 추이를 살피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증설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증설 계획은 없다"면서도 "미리 생산 계획이 잡혀 있었던 만큼, 현재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른 다양한 방안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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