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지난달 출시한 신제품 스낵 '먹태깡'이 연일 품절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웃돈을 붙여 거래하거나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한다. 제과시장에서는 허니버터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농심이 먹태깡 물량을 조절하며 '품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초반 흥행돌풍을 예상하지 못한 데서 오는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월 '200만봉'의 함정
농심이 지난 5월 말 선보인 먹태깡은 출시 4일 만에 67만봉이 팔렸다. 출시 한 달 만인 지난달 말에는 200만봉을 돌파했다. 품귀 현상도 이어졌다. 이마트에서는 지난 주말 먹태깡 2만봉을 1인 2개 한정으로 판매했다. 모처럼 마트 안에 '오픈런' 줄이 이어졌다.
먹태깡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난 곳은 대형마트뿐만이 아니다. 전국 편의점에서도 문 앞에 '먹태깡 없음' 알림을 붙이고 있다.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와 이커머스에서는 정가의 몇 배나 되는 웃돈을 붙여 팔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먹태깡의 인기가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 200만봉이라고 하면 엄청난 숫자같지만 제과업계에서는 의외로 종종 있는 일이다. 당장 먹태깡의 형제 스낵인 새우깡 블랙은 출시 2주 만에 220만봉을 팔아치웠다. 먹태깡이 한 달 동안 판매한 것보다 많다.
2015년 출시된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는 첫 달 판매량이 360만봉에 달했다. 오리온에서도 최근에만 콰삭칩, 섬섬옥수수가 출시 첫 달 200만봉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비슷한 '품귀 사태'를 일으켰던 SPC의 포켓몬빵은 첫 달에만 800만개를 팔아치웠다. 먹태깡의 '월 200만봉'이 그렇게 놀랍지 않은 이유다.
품 마케팅?
이에 일각에서는 농심이 먹태깡의 공급량을 조절하며 시중에 물량이 돌지 못하게 하는 품절 마케팅, 혹은 헝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섣불리 물량을 늘렸다가 희귀성을 바탕으로 한 인기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제과업계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희귀성이 제품의 가치 척도로 인정되는 명품이나 취미용품과 달리 스낵 등 식품은 단가가 낮고 '기다리면 반드시 살 수 있는' 대량생산제품이기 때문이다.
품귀 이슈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갓 출시된 신제품의 물량 조절을 통해 인기를 유지하기보다는 빠른 생산과 공급을 통해 제품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제조사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려는 사람이 있는데 일부러 공급을 줄인다는 건 제과업계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판매량 예측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가 예상보다 인기가 높아 벌어진 해프닝으로 본다"고 말했다.
농심은 억울하다
농심 역시 이런 '헝거 마케팅'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먹태깡의 인기를 예상해 생산량을 상당히 높게 책정했지만 출시 직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초도물량이 완판되며 시장에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먹태깡은 출시 당시 약 100만봉을 초도물량으로 준비했고 월 생산량은 120만봉 수준이었다. 인기가 높아지며 7월 중순부터 생산량을 30% 늘렸고 8월부터는 20%를 더 늘릴 예정이다. 이 경우 월 생산량은 180만봉 안팎이 된다.
농심이 당초 먹태깡의 판매량을 월 100만봉 수준으로 봤다는 의미다. 실제 8월 이후 생산량인 월 180만봉은 농심 내에서 새우깡에 이은 2위 스낵 제품인 꿀꽈배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농심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의 수혜를 받은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나 새우깡의 프리미엄 버전인 새우깡 블랙과 달리 먹태깡은 완전한 신제품이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제조업 특성상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워 품귀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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