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지난 5일부터 '주 7일 배송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일요일과 공휴일엔 택배를 받을 수 없었는데요. 1년 중 약 70일은 택배를 이용할 수 없었던 셈입니다. 빠른 배송이 일상화되면서 주말을 끼고 주문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지기도 했었죠.
주 7일 배송제는 CJ대한통운이 365일 쉴 새 없이 배송을 이어가는 쿠팡과의 물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입니다. 주말에 온라인 쇼핑을 하더라도 기존보다 1~2일 더 빠르게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집 앞까지 배송되는 택배는 배송기사를 통해 전달됩니다.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택배기사에게는 '수입 감소 없는 주 5일 근무'를 약속했습니다. 7일 배송인데 주 5일 근무가 어떻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일까요?
CJ대한통운이 지난해 주 7일 배송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추가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 이상 기존의 택배기사들은 쉬는 날에도 추가근무를 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국택배노조는 지난해 11월 노동조합 소식지를 통해 "추가인력 투입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한 4인 1조 실행안을 고집하면서 1인당 4명분의 추가배송구역을 담당하라고 강박한다면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는데요.
전국택배노조는 택배대리점연합과 지난해 9월 3일부터 12월 26일까지 총 10차례 교섭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주7일 배송 및 주5일 근무제를 포함한 기본협약 잠정안을 마련했는데요. 12월 30∼31일 기간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94.3%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어떤 안이 합의된 것일까요?
주 5일 근무 '단계적' 추진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주 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주 7일제 시행 초반에는 조별 편성을 통해 스케줄제를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대리점 상황에 따라 4인 1조, 3인 1조 등의 조를 편성해, 배송기사가 2주에 한 번은 추가근무를 하는 식입니다.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현재는 주 5일 근무제가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택배기사가 주 5일제를 희망하는데 대리점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고, 구역이나 물량을 줄이는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인력이 부족할 경우엔 각 지역 대리점 상황에 맞춰 용차(파트타이머)를 투입하거나 직영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휴일근무 시 택배기사에게 추가수수료를 지급하는 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요일 혹은 평일 공휴일에 근무할 경우에는 25%의 추가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또 택배기사의 기존 담당 구역 외에 타 구역을 지원할 경우 추가수수료를 최대 25%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노동조합이 제시했던 휴일배송 추가수수료는 50%, 타구역 배송 추가수수료는 50%였지만 절반 수준으로 정해진 겁니다.
CJ대한통운은 해당 타 구역 배송을 지원하기 시작한 첫 1년 간만 추가수수료를 택배기사에게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낯선 구역을 지원하면 업무 난도가 올라가는 만큼 수수료를 추가 제공키로 한 겁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이후에는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자기 구역화되는 셈이라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는 설명입니다.
타 구역 배송에 따른 추가수수료 지급에도 지역별로 편차를 뒀습니다. 배송 밀집도나 환경에 따라 업무 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는데요. 예를 들어 지번으로 적혀있는 빌라촌 등 주소를 찾기 힘든 곳과 대단지 아파트를 비교했을 때 업무 난도에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택배기사 복지 확대하겠다"
일단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제 시행 초기인 만큼 상황에 맞게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배송밀집도가 낮은 일부 읍∙면 지역을 주 7일 배송 서비스 권역에서 제외했습니다. 향후 주 7일 배송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물량이 증가하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휴일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지나치게 넓은 구역을 맡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겁니다.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제 시작을 알리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재도 업계 최고 수준인 택배기사 복지제도를 더욱 확대해 종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휴일배송 등 업무방식 변화에 따라 추가 보상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시행 상황을 주시하며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생활 속 편리함에는 누군가의 수고가 뒤따릅니다. 우리가 다니는 깨끗한 길거리는 환경미화원의 수고가 있었고, 편리한 배달서비스 역시 배달기사들의 땀이 있습니다. 택배도 마찬가지로 택배기사들 덕분에 편히 물건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주 7일 배송제는 이커머스 셀러와 소비자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향후 주 7일 배송이 활성화되더라도 택배기사들의 건강한 근무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