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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경주 '맥심가옥' 커피에는 천년고도의 멋이 있었다

  • 2025.09.08(월) 14:08

'45살' 맥심표 환대…"모두를 행복하게"
재미있게 놀듯이... 체험형 마케팅의 진화
일주일 만에 1.5만명 몰려...세대 초월 브랜드로

경북 경주시의 맥심가옥. / 정혜인 기자 hij@

지난 5일 오후 경상북도 경주시의 한 한옥 마당에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연인과 함께 온 20대부터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손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거나 제기를 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동서식품이 지난달 26일부터 운영 중인 맥심 브랜드 체험공간 '맥심가옥'이다.

맥심가옥은 동서식품이 '맥심(Maxim)'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마련한 팝업스토어다. 맥심은 1980년 출시돼 올해로 벌써 45살이 됐다. 1989년 '모카골드', 2011년 '카누'와 2012년 '화이트골드' 등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직접 방문해본 맥심가옥은 이런 맥심의 다양한 제품들을 오감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모두를 행복하게 맞이하는 마음'을 의미하는 '환대(Hospitality)'를 테마로 한 만큼 '행복'과 '환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본격적인 맥심가옥 여행은 시작인 '환대문'을 지나 안내소인 '어서오소'에서 노란색 시음컵과 안내 책자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첫 번째 공간인 '맛있당'은 맥심 커피믹스를 활용한 특별 메뉴들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맥심가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곳이다. 모카골드를 활용한 '맥심오릉', 화이트골드를 사용한 '색동저고리', 슈프림골드로 만든 '호박달당' 등 맥심가옥에서만 판매하는 메뉴들이 준비돼있다. 동서식품이 서울 한남동에서 운영하는 '맥심플랜트'에서 판매하는 '모카골드 시나몬 라떼', '화이트골드 쑥라떼' 등도 선보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원하는 커피를 맛보려면 긴 줄 탓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날 오후 3시쯤에는 이미 '가옥 스페셜' 메뉴가 모두 품절됐다. 그래도 스페셜 메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음 횟수에는 제한이 없어 긴 시간을 기다리고 커피를 맛본 후 또 다른 커피를 맛보는 고객도 있었다.

5일 오후 경북 경주시의 맥심가옥 내 맛있당에서 방문객들이 커피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맛있당의 다른 한쪽은 '맷돌 그라인딩'과 '가배 기미상궁', '화롯불 브루잉' 등 경주와 한옥의 특색을 살린 체험 공간이다. 맷돌 그라인딩은 맥심의 원두 중 하나를 골라 직접 맷돌로 그라인딩 해보는 체험이다. 이렇게 갈아낸 원두의 시음도 가능했다. 맷돌 특성상 고른 그라인딩은 어려웠지만 맷돌을 천천히 돌리는 재미가 있었다. 현장 직원은 "옛날 커피를 내릴 때 썼던 방식을 재해석해서 재미 요소로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배 기미상궁은 세 잔에 담긴 커피를 맛본 후 '모카골드', '화이트골드', '슈프림골드' 중 무엇인지 맞히는 미각 이벤트다. 화이트골드와 슈프림골드를 구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많은 방문객들이 틀린다고 한다. 화롯불 브루잉은 화로 모양의 가열대로 원두를 내려 마시는 체험이다. 맥심가옥 곳곳 역시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색채로 가득했다. 책가도(책꽂이를 옮겨 그린 민화)가 그려진 병풍이나 벽에 걸린 작호도에서 맥심 제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남녀노소가 함께

맛있당 바로 앞의 '가배뜰'은 방문객들의 쉼터다.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에는 노천카페가 마련돼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바람을 쐬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그 옆의 야트막한 연못에는 왕실 행차 느낌을 자아내는 구조물을 설치해 포토스팟으로 꾸몄다. 많은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특정 시간대에는 '보부상'이 등장해 방문객들과 제기차기와 같은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 남녀노소 모두가 모여 제기를 차며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배뜰 건너에 있는 '행복하당'에서는 맥심의 감성을 담은 제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맥심의 캐릭터 '맥시미' 일러스트가 그려진 부채를 색칠해보거나 노란색 '행복 머그컵 키링'을 자개 스티커로 꾸미고 있는 방문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노란색 퓨전 한복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어 맥심가옥 곳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은 무료로 인화도 해준다.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이벤트는 '스탬프 찍기'였다. 하얀 엽서를 들고 맥심가옥 곳곳을 방문해 5개의 스탬프를 찍으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방식이다. 노란색, 파란색 등 다양한 컬러의 스탬프가 합쳐지면 맥심가옥의 모습이 드러난다.

5일 오후 경북 경주시의 맥심가옥 내 맛있당에서 한 방문객이 '가배 기미상궁' 이벤트에 도전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맥심가옥의 가장 큰 특징은 2030뿐만 아니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아는 언니가 같이 가자고 해서 왔다"며 "이런 곳은 젊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내 또래도 많아보인다"고 말했다.

맥심가옥은 경주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통 한옥이라는 경주만의 문화유산과 현대적 브랜드 체험이 결합된 독특한 콘텐츠가 새로운 관광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날 맥심가옥에서 만난 이영순씨는 평소 맥심 커피를 좋아해 대구에서 맥심가옥을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맥심 인스타그램에서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대구에서 왔다"면서 "스탬프를 찍는 게 제일 재밌었고 선물도 주는 게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30대 커플인 정보석씨와 김지은씨는 각각 서울과 울산에서 맥심가옥을 찾았다. 김씨는 "평소 회사에서는 맥심 커피를 즐겨 마신다"며 "이곳에서 맛있는 커피를 무료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스탬프를 찍는 이벤트가 재밌었고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고 인생네컷으로 인쇄해주는 것도 재밌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10년차 공간 마케팅

동서식품은 2015년부터 맥심가옥과 같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을 만나왔다. 제주도 '모카다방'을 시작으로 서울 성수동 '모카책방', 부산 '모카사진관', 전주 '모카우체국', 서울 합정동 '모카 라디오' 등 해당 지역만의 감성과 개성을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시 월명동 달빛마을에서 운영한 '맥심골목'은 단일 공간이 아닌 골목 전체를 맥심 테마로 꾸민 독특한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동서식품은 달빛마을에 맥심방앗간, 맥심운세, 맥심슈퍼, 맥심놀이터, 맥심한의원, 맥심부동산 등 6개 테마 공간을 조성했다. 로컬 상점 5곳과 협업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맥심골목은 한달간 약 12만명이 방문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5일 오후 경북 경주시의 맥심가옥 내 가배뜰에서 방문객들이 제기차기를 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번 맥심가옥 역시 개장 일주일 만에 벌써 1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 평일에는 약 2000명이 찾고 있고 오픈 첫 토요일에는 4000명이 찾는다고 한다. 동시식품은 팝업스토어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방문객이 찾는 만큼 향후 맥심 가옥을 찾는 고객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맥심가옥은 오는 26일까지 운영된다. 라이브 드로잉 쇼, 혁필화 이벤트 등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맥심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브랜드다 보니 가족 단위로도 많이 오시고 어르신들이나 젊은 분들까지 맥심가옥을 방문하고 있다"며 "다양한 세대가 맥심 브랜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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