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가전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식품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풀무원이 단순 식품 제조기업을 넘어 '푸드테크(식품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불황에 고전
풀무원은 지난 2021년 가전 시장에 진출했다. 코로나19에 따라 이른바 '홈쿡족(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가전과 식품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던 시기다. 이에 풀무원은 자사의 가정간편식(HMR) 제품들을 집에서 최적의 상태로 조리할 수 있는 오븐형 에어프라이어 '스팀쿡'을 시장에 내놨다. 이후 용량 다변화는 물론 스팀 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며 라인업 확장을 꾀했다.
최근에는 조리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보관하고 처리할 수 있는 가전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풀무원은 지난 5월 '그린더 자동 인공지능(AI) 음식물처리기'를 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이달에는 기존 김치냉장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했다. 주방 생활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풀무원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식품 시장의 성장이 정체됐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2.9%)을 제외한 전체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1.0% 감소한 34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먹거리 물가가 요동치면서 '짠물 소비'가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풀무원의 실적도 녹록지 않다. 풀무원은 최근 꾸준한 외형 확대에도 불구,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풀무원의 누적 매출은 1조63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어났다. 반면 영업이익은 325억원에서 308억원으로 5.2% 감소했다.
주력 사업이 '저마진 구조'라는 것도 문제다. 풀무원은 두부·나물·생면 등 신선식품이 중심이다. 이들 제품은 마진이 적은 데다, 냉장·저온 물류망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고정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가전은 부가가치가 높고 서비스 결합을 통한 확장도 가능하다. 풀무원에게 매력적인 영역이다.비장의 무기
하지만 일각에서는 풀무원의 가전 사업 확대를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기존 가전 시장의 경쟁이 이미 치열해서다. 일례로 현재 김치냉장고 시장은 위니아가 점유율 40%로 1위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도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각 브랜드별 파워가 강한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풀무원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생각이다. 자사의 HMR에 특화된 전용 조리 모드와 친환경 설계, 늘어나는 1~2인 가구에 맞춘 소형 디자인을 앞세운다. 풀무원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강과 안전, 간편 콘셉트를 가전에 그대로 이식하는 전략이다.
그 결과 성과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풀무원의 가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2% 증가했다. 물론 같은 기간 생활가전을 포함하고 있는 '건강케어제조유통' 부문이 전체 매출의 1.4%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한참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풀무원은 정체된 가전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풀무원의 가전 사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식품과의 연계 강화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대 구독형 식품 서비스와 가전 제품을 연결해 풀무원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단순 하드웨어 판매에 국한된 것이 아닌, '푸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풀무원 관계자는 "현재 가전은 사업 초기인 만큼 시판(시중 판매) 채널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며 "앞으로도 소비자 생활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건강한 식문화와 지속가능한 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카테고리의 가전 제품을 계속 출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