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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LIG손보를 먹지 못한 이유?

  • 2014.06.13(금) 14:09

목표 가격 넘긴 후 딜 클로징 안정성 작용한 듯
M&A 시장서도 평판 관리 실패한 롯데의 굴욕

KB금융이 LIG손보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우선협상 기간도 비교적 짧다. 2주에 불과하다. 인수•합병(M&A)의 가장 큰 요인은 뭐라 해도 가격이다. 여러 정황을 보면, 롯데가 써낸 가격이 KB금융보다 조금 더 많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KB금융도 이런 사실을 어느 정도 감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KB의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아직 이 딜은 최종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KB금융이 우선협상을 무난히 마무리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승인과정을 거쳐야 완결된다. 그 과정에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현재까진 KB금융 경영진의 중징계에 따른 영향과 지주회사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부 있다. 그러나 8부 능선은 충분히 넘었다고 본다.

이처럼 상식적인 M&A 법칙이 깨진 이유가 뭘까? 이에 많은 금융인은 'M&A의 법칙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파는 측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외에도 변수는 많다는 얘기다. 딜 과정에 이런 변수들이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 골드만삭스의 프로그레시브 딜 주효

이미 알려졌다시피 이번 딜은 사실상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 Deal)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방식은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개별협상을 통해 가격을 더 올려 부르도록 유도한다. LIG손보 매각 딜은 사실상 4개 그룹이 인수협상 의사를 밝혀 내용적으로 이번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방식은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파는 측과 주관사(골드만삭스)가 게임의 주도권을 확실히 쥔다. 금융시장에선 LIG손보 가격이 대략 5000억 원대에서 시작한 것으로 본다. 파는 쪽이 급해서 시작된 딜이어서 그렇다. 현재 결과는 6000억 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골드만삭스는 프로그레시브 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내부적으로 목표한 금액을 이미 넘긴 것으로 관측한다. 인수전에 참여한 KB금융과 롯데, 동양•보고펀드 등이 모두 6000억 원을 훌쩍 넘는 최종 가격을 제시했다.

파는 측에서 생각한 가격이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하면 인수 희망자 간 100억~200억 원 차이는 크지 않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이후 현실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수는 딜 클로징의 안정성”이라고 말했다. 다 결정했는데 약속한 날짜에 돈이 들어오지 않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깎아 달라는 요구로 질질 늘어지면 그게 더 큰 손해가 되는 셈이다.


◊ KB의 절박함에 롯데의 평판 관리 문제로 해석

그렇다면 롯데가 돈이 없거나 부족해서 이 리스크가 있다고 봐야 할까? 대부분의 금융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M&A 시장에서 보여준 롯데의 평판(Reputation)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LIG와 골드만삭스 입장에선 최종 제시 가격이 경쟁자들보다 앞선다고 하더라도 큰 차이가 아니라면 다른 옵션이나 협상 없이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설명이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반응이다.

임 회장은 어제(12일) 오전 LI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 “내부 컨센서스가 잘 이뤄진 점, 이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KB금융 전 직원의 노력과 전략 등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LIG와 골드만삭스가 최종 가격이 롯데보다 적은 KB를 더 신뢰한 것인데, 그 이유를 여기서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선협상과정에서 추가 옵션 등에 따른 가격 하락 요인이 없고, 조기에 딜을 마무리한다는 이사회의 보장이 확신을 더했다는 관측이다. KB금융 이사회가 아주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M&A 시장에서 깐깐한 모습을 보이며 최종 딜 포기를 자주 해왔던 롯데보단 딜 클로징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했을 가능성이다.

KB금융은 이번 LIG손보 인수가 어느 때보다 절박했다. 이미 우리투자증권에서 실패했고, 경영진 간 분쟁으로 사면초가 상태이다. 이사회까지 연루된 이번 분쟁에서 임영록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롯데가 KB의 이번 경영진 간 분쟁으로 마지막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높은 인수 가격을 써내고 마지막 긴장도가 떨어진 것도 패인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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