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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임영록과 임종룡..오너십에서 갈렸다

  • 2014.10.06(월) 14:49

안정된 오너십 차이로 희비…오너십 중요성 부각
KB금융 회장 선출과 우리금융 민영화시 고려해야
[국민을 배워야 우리가 산다]①

KB금융 사태가 5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그룹 1, 2인자가 모두 옷을 벗으면서 최악의 비극으로 끝났지만,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인 없는 조직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오너십의 필요성도 절감케 했다. KB금융 사태는 최근 막을 올린 우리금융 민영화에도 적지 않은 교훈이 될 전망이다. KB금융 사태를 되돌아보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비롯한 국내 금융산업의 방향성을 짚어 본다. [편집자]

 

 

신동규 전 NH농협금융 회장은 재임 시절 농담반 진담반으로 농협 내 자신의 서열이 1000위권 밖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곤 했다. 명색이 금융지주 회장인데 오히려 단위조합장보다 못하다는 자조섞인 얘기였다. 신 전 회장은 결국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탓에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가 있다는 사퇴의 변과 함께 스스로 옷을 벗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내분 끝에 모두 낙마하면서 2001년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도입된 금융지주 체제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뚜렷한 주인이 없는 대형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반면 같은 금융지주 체제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비슷한 내부 혼란과 갈등에도 조직 전반이 안정궤도에 접어들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지배구조보다는 보이지 않는 오너십(ownership)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 임영록•임종룡 회장 같은 점과 다른 점

오너십의 관점에서 KB금융은 NH농협금융과 잘 대비된다. 같은 경제관료 출신인 임영록 전 회장과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은 지난해 6월 나란히 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일부에선 ‘임의 전쟁’으로 경쟁 구도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두 사람의 운명은 판이하게 갈렸다. 임영록 회장은 이건호 행장과의 갈등 끝에 불명예 퇴진한 반면 임종룡 회장은 요란하진 않지만 잘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인 변수는 무엇일까? 금융권에선 오너십을 꼽는 목소리가 많다. 낙하산과 줄서기 문화 등 KB금융의 고질적인 문제 역시 오너십 부재에서 비롯된 부작용으로 꼽힌다.

뚜렷한 주인이 없는 국내 대형 금융회사에게 오너십은 소유권보다는 지배권을 뜻한다. 실제론 주인은 아니지만 사실상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 내지는 지배구조가 있느냐, 없느냐로 오너십을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임영록 전 KB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임종룡 NH농협금융그룹 회장.


◇ 탄탄한 오너십의 NH농협금융

그런 의미에서 NH농협금융은 오너십이 뚜렷하다. NH농협금융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특히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2007년 농협중앙회장에 오른 이후 2011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신동규 전 회장이 지적한 대로 단위조합장조차 권한이 막강하다. 단위조합장 역시 농협중앙회장과 마찬가지로 투표로 뽑히는 선출직인데다,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대의원 후보가 될 수 있는 자격도 가지고 있어서다.

이런 구조에서 임종룡 회장은 신동규 전 회장과는 달리 오너십에 잘 수용했다. 황제가 되려고하기보단 조율과 컨트롤타워라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대결보다는 상생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농협에서 잔뼈가 굵은데다, 나이도 더 많은 김주하 농협은행장과도 큰 잡음 없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 오너십 자체가 없었던 KB금융

반면 KB금융은 오너십 자체가 없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낙하산 창구로 이용하다 보니 오너십이 제대로 자리잡을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낙하산 회장들은 장기집권을 꿈꿨지만 권력이 바뀔 때마다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중심을 잡아줘야할 이사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사회는 오너십의 모양을 갖추긴 했지만 책임지지 않는 기생조직에 불과했다. 견제보다는 스스로 권력화했고, 이 과정에서 회장과 야합하거나 맞서면서 스스로 권력다툼의 주체로 변질됐다.

사실 KB금융은 과거 한때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고인이 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위한 기반을 다진 덕분이다. 은행장 본인의 권한도 과감하게 포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사회는 자기 권력화를 추구하면서 변절을 택했다.

◇ 안정성•자율성•정당성 갖춘 오너십이 핵심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오너십을 가지고 있다. KB금융과 마찬가지로 권력투쟁의 시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오너십 덕분에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혼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KB금융 사태의 교훈은 안정성과 자율성, 정당성을 두루 갖춘 오너십의 유무로 모아진다. KB금융 차기 회장을 뽑을 때도 내부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KB금융만의 오너십과 전통을 세워갈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금융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지분 매각에 매달리기보단 오너십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큰 그림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경영권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황제경영을 비롯해 오너십에 따른 전횡과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와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이사회에 담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위경우 숙명여대 교수는 "금융지주회사 경영진의 지배력 독점과 남용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관치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주주질문권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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