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매각을 위한 입찰 마감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반면 아직 뚜렷한 유효경쟁 후보군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이번에도 매각작업이 불발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유일한 후보로 꼽히던 교보생명은 미온적인 자세로 돌아서면서 여차하면 발을 뺄 태세다. 설령 인수전에 나선다고 해도 개인 대주주를 꺼릴 수밖에 없는 금융위원회의 의중이 변수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중국의 안방보험도 우리은행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우리은행의 주인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교보생명, 내부 회의론 비등
교보생명은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 인수를 위한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교보생명은 그동안 우리은행 인수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온 만큼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재무적 투자자(FI) 모집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에선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우리은행 인수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고, 방카슈랑스 채널 확대 외에 교보생명과의 시너지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잠재 위험은 더 크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대기업 여신이 많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 금융위원회의 의중도 변수
내부 회의론은 결국 가격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수전에 나서더라도 비싼 값을 주고 사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최근 “우리은행을 꼭 사겠다는 뜻은 없다, 조건이 안 맞으면 안사겠다”면서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일부에선 가격경쟁을 의식한 연막전술이란 지적도 나온다.
교보생명이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우리은행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가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보험사에 대형 은행을 넘기는 사례가 처음인 만큼 금융위로선 이것저것 잴 수밖에 없다.
중국의 안방보험도 새로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안방보험이 우리은행의 주인이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 정서상 국내 대표 은행을 외국계 특히 중국계 자본에 넘기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
◇ 우리은행 매각 또 불발로?
결국, 우리은행 매각은 현재로선 모든 게 불확실하다. 유효경쟁 여부는 물론 설령 유효경쟁이 성립하더라도 금융위가 교보생명이나 안방보험을 우리은행의 새 주인으로 인정할 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금융위가 경영권과 소수지분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교보생명”이라며 “교보생명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인수전에 임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