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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못한 은행 오너…김남구, 첫 자격시험

  • 2016.04.05(화) 11:08

'주인있는 은행' 카카오뱅크 대주주로 적격성 심사
책임경영 VS 오너 기업인 등장에 불안한 시각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은행 오너로서 첫 자격시험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예비인가를 받고 출범을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의 실질적인 주인(대주주)으로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인의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검증 받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주인 있는 은행의 탄생이기도 하고, 금융전업자본가(개인)가 은행 오너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책임경영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인터넷 전문은행도 은행이기에 여전히 개인 오너가 소유하게 될 은행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강하다.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로 했던 카카오는 최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은행의 주인이 되기는 여러모로 어렵게  됐다. 관련기사 ☞ 대기업 승격(?) 카카오…난감한 금융위

 

 

◇ 카카오뱅크 설립되면 한국투자는 은행지주로 전환

이르면 올 하반기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주인 있는 은행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인터넷은행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ICT기업인 카카오가 주도하고 있지만 지분 50%를 가진 한국투자금융이 카카오뱅크의 실질적인 주인이다. 김남구 부회장 또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의 지분 20.23%(일가 포함땐 22.6%)를 가진 최대주주다.


카카오뱅크가 설립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은행을 소유한 은행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된다. 한국투자금융과 김 부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전업자본가로는 처음으로 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는 것"이라며 "산업자본 여부나 금융관련법령 위반 여부 등을 심사할텐데 아직까지는 적격성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구 부회장은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첫째아들로 동원그룹과의 관련성이나 산업자본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미 계열분리됐기 때문에 법적으론 금융자본(금융전업자본가)으로 분류되고 있다.

 

◇ 국내 첫 오너 은행 탄생…책임경영 가능할까?

 

비슷한 사례로 BNK금융지주나 JB금융지주도 각각 롯데(작년말 사업보고서 기준 12.01%)와 삼양사(9.01%)가 최대주주여서 오너 있는 은행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지방은행의 경우 지분 15%를 넘지 않으면 대주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받지 않는다.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뱅크 설립과 동시에 BIS자기자본비율 등 은행계 금융지주와 동일한 건전성 규제를 받게 된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초기 부담을 고려해 1~3년 정도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한 만큼 당분간은 낮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너 있는 은행의 첫 탄생인 만큼 기대와 우려도 함께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주인 없는 은행이어서 대리인 문제 등 어려움이 있었다면 책임경영 등 기존 은행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신창재는 안된다더니… 불안한 시각도 여전

반대로 여전히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불과 1년여 전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을 생각해보면 정부와 업계 일각에선 신창재 회장이 이끄는 교보생명의 참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했다. 여기엔 오너 은행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었고, 지금의 상황은 시중은행이냐 인터넷 전문은행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투자의 경우 동원그룹과는 계열분리됐지만 산업자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사금고화하는 부작용을 드러냈듯 우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격적인 투자성향의 증권업을 기반으로 한 지주회사인 만큼 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오너가 있어서 장점이라면 과감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은행산업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며 "아무리 인터넷 은행이라고 해도 금융업권 중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의사결정해야 하는 권역"이라고 꼬집었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금 3000억원의 저축은행보다 못한 금융회사여서 오너 유무 여부가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며 "게다가 한국투자는 증권업 기반이기는 해도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이어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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