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대기업 반열에 오르게 됐다. 물론 좋아할 일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하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당장 상호출자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는다. 야심차게 추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앞날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ICT기업을 끌어들여 금융에 혁신을 일으키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도 보였지만 애초 정부에서 추진했던 안대로라면 은행법이 바껴도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TF부사장이 사업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
◇ 두 개의 은행법 개정안..어느 쪽?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4%(금융위 승인으로 10%까지) 이상 은행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현재 국회엔 두 개의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은행 지분을 5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정부에서 애초 발표했던 안과 같다.
또 다른 은행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정무위 소속)이 발의했다. 이는 예외조항 없이 산업자본이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 5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 인터넷 전문은행은 그 은행의 대주주와 대주주가 지배하는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에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 '카카오뱅크' 대신 '한국투자뱅크' 될라
처음 안대로 통과되면 카카오는 현재 지분 10% 이외에 추가로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인수할 수 없다. 이미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던 K뱅크의 KT와 같은 처지가 된다.
이렇게 되면 애초 정부가 그렸던 인터넷 전문은행의 방향성이나 취지와는 달라진다. 카카오의 현 지분만으로는 카카오뱅크의 의사결정이나 운영 등에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혁신성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도 "이 경우 정부가 생각했던 인터넷 전문은행의 취지나 생각과는 맞지 않다"면서도 "국회에서 합리적으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막연한 답변만 내놨다.
카카오뱅크의 현 대주주는 지분 50%를 가진 한국투자금융지주다. 자칫 '카카오뱅크'가 아닌 '한국투자뱅크'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카카오측 한 관계자는 "어떤 개정안이 통과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정해진 법 테두리 내에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뱅크' 안된다는 정서..난감한 금융위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2개의 은행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고, 또 다음달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법안이 새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방안에 대해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사례 때문에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을 예외로 한 조항을 빼고 가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재벌의 사금고화 문제는 늘 금산분리 완화의 걸림돌이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라 하더라도 '삼성뱅크'를 인정해주기는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산분리를 완화하면서 굳이 이같은 조항을 넣은 점이 이를 방증한다. 최소한의 안전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 안돼도 문제지만, 통과돼도 여전히 반쪽자리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추가 예비인가를 내줘 '인터파크 은행(?)'을 기대해봐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