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연내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이 벌써 기존 금융권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꺼렸던 중금리 대출 영역에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정작 인터넷은행의 앞길은 아직 불확실하기만 하다. 특히 활성화를 위한 필수조건인 관련 법 개정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 K뱅크·카카오뱅크 설립 준비 박차
KT와 우리은행, 현대증권 등으로 구성한 K뱅크 준비법인은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첫 출근을 했다고 밝혔다. K뱅크는 이날 60여 명의 직원이 포토타임 행사를 진행하고,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 K뱅크 준비법인이 입주한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K뱅크 직원들은 이날 첫 출근을 했다.(사진=K뱅크 준비법인) |
카카오뱅크 역시 주주로 참여하는 KB국민은행 내에서 이직 신청을 받는 등 출범 준비에 분주하다. 국민은행도 앞서 우리은행의 K뱅크 인력 채용과 마찬가지로 연봉 인상과 복직 가능 선택권 등 인센티브를 내세워 젊은 직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달 안에는 시스템 구축 전담 업체를 선정하고, 조만간 준비 법인 사무실도 판교 인근에 열 계획이다.
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사업자는 조만간 시스템과 조직 구성을 완료하고, 금융당국에 연내 본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현재 직원은 60~70명 정도로, 앞으로 200명 안팎까지 늘릴 방침이다.
◇ 기존 금융사 중금리 대출 등 대응책 마련 분주
금융권의 새 플레이어인 인터넷은행 설립이 임박하자 기존 금융사들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물론, 보험사와 카드사까지 뛰어들고 있는 중금리 대출 시장의 '과열 현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이 예비인가 당시 중금리 대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대응이다.
▲ (왼쪽부터)최종구 SGI서올보증 사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
또 모바일뱅크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무인점포 구축, 핀테크 서비스 확대, 관련 조직 신설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기 전에 신속하게 움직여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 은행법 개정안 통과·차별화 서비스 마련 등 난제
이처럼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정작 두 예비인가 사업자의 속내는 복잡하다. 금융당국의 본인가와 관련법의 국회 통과 여부, 기존 금융사와 차별화를 위한 서비스 개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 처리가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당이 3월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터라 의사일정 협의조차 난항이다. 결국, 총선 뒤 새 법안을 올려 재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 경우 KT나 카카오의 주도적 사업 추진이 쉽지 않게 된다.
고객의 눈길을 끌 만한 새로운 서비스를 구체화하는 것도 난제로 꼽힌다. 예를 들어 SNS 활동 등을 활용한 새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팔겠다는 계획은 당분간 시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보증기관과 연계하는 식의 기존 금융사들과 똑같은 상품 출시를 구상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금융사들이 제대로 변한다면 고객들이 인터넷은행과 기존 금융사의 서비스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며 "위협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인터넷은행의 사업도 아직 제대로 구체화가 안 된 만큼, 기존 금융권을 뚫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