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본인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김 의원이 국회를 떠나면 그동안 막혔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이 통과하지 않겠느냐는 금융당국의 기대에 제동을 건 글이다.
김 의원의 글을 본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제 떠날 사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당장 19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길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더 김빠지는 상황이라며 낙담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내심 20대 국회에선 법안 통과가 수월하리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떠나는 김기식 "원외에서도 모든 노력 다할 것"
금융당국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에 가장 껄끄러운 존재였다. 예를 들어 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은행법 개정안엔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의 50%를 가질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는데, 김 의원은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며 이를 앞장서서 막았다.
◇ 금융권 경계 1호…'채권추심 개선' 더민주 제윤경
이런 김 의원이 20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게 되자 정부와 금융사들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뿐. 선거가 끝나고 정무위 예상 구성원을 꼽아보니 더 만만치 않은 상대가 등장했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젠 오히려 19대 국회보다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더 많다.
금융사 관계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이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당선자다. 제 당선자는 국회 입성 후 1호 법안으로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을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이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매각하거나 추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에선 일부 금융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부실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팔고, 대부업체들은 이를 사서 추심을 해왔다.
◇ 금융당국 촉각…국민의당 채이배 "은산분리 완화 불가"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를 주목한다. 채 당선자에겐 벌써 '제2의 김기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특히 재벌개혁론자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아끼는 제자로 알려졌다.
채 당선자는 이런 이력을 증명하듯 정무위에 지원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가 대기업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또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방안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대부업 최고금리를 더 낮추는 것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대선을 앞두고 금융권을 압박하는 정책들도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에 대선까지 겹쳐 있어 올해와 내년은 금융사들에 시련의 계절이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