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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떠나니…채이배·제윤경 '주의보'

  • 2016.04.25(월) 09:30

금융당국·금융권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여소야대 내년 대선까지…곳곳이 지뢰밭

"19대 국회 임기 내 관련 법안 처리는 없을 것이고…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80석을 넘기지 않는 한 야당이 원칙을 지켜낼 것입니다. 임기 이후 원외에서도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본인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김 의원이 국회를 떠나면 그동안 막혔던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이 통과하지 않겠느냐는 금융당국의 기대에 제동을 건 글이다.

김 의원의 글을 본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제 떠날 사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당장 19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길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더 김빠지는 상황이라며 낙담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내심 20대 국회에선 법안 통과가 수월하리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떠나는 김기식 "원외에서도 모든 노력 다할 것"


금융당국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에 가장 껄끄러운 존재였다. 예를 들어 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은행법 개정안엔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의 50%를 가질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는데, 김 의원은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며 이를 앞장서서 막았다.

김 의원은 대부업 최고 금리를 34.9%에서 27.9%로 대폭 낮춘 장본인이기도 하다. 애초 정부와 새누리당은 29.9%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김 의원이 이를 더 끌어내렸다. 최고금리에 가까운 이자를 받는 대부업체들과 일부 저축은행은 이런 방안에 크게 반발했다.

◇ 금융권 경계 1호…'채권추심 개선' 더민주 제윤경

이런 김 의원이 20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게 되자 정부와 금융사들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뿐. 선거가 끝나고 정무위 예상 구성원을 꼽아보니 더 만만치 않은 상대가 등장했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젠 오히려 19대 국회보다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더 많다.

금융사 관계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이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당선자다. 제 당선자는 국회 입성 후 1호 법안으로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을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이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매각하거나 추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에선 일부 금융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부실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팔고, 대부업체들은 이를 사서 추심을 해왔다.

제 당선자는 이밖에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 중 10년 이상 연체한 1000만원 이하 채권을 일괄 소각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서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통상의 금융 원리에서 벗어난 '과한'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선 "제 당선자는 정치적인 논리로 금융 시장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김기식 의원보다 더 강경하다고 들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금융당국 촉각…국민의당 채이배 "은산분리 완화 불가"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를 주목한다. 채 당선자에겐 벌써 '제2의 김기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특히 재벌개혁론자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아끼는 제자로 알려졌다.

채 당선자는 이런 이력을 증명하듯 정무위에 지원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가 대기업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또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방안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대부업 최고금리를 더 낮추는 것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정무위 구성원의 면면뿐 아니라 올해와 내년의 정국 역시 금융권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한다. 여소야대로 구성된 20대 국회에선 더민주당이 정무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리란 전망이 높다. 여당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고,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금융권을 압박하는 정책들도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에 대선까지 겹쳐 있어 올해와 내년은 금융사들에 시련의 계절이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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