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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이 한국에서 살아남는 법

  • 2014.10.27(월) 16:22

비용감축·구조조정-실적부진 악순환 고리 이어져
SC 첫 한국인 행장· 씨티 하 행장 박진회 부행장에 바통

'자산 매각, 점포 통폐합, 인력 감축……', 외국계 은행이니 가능한 수단들이다. 만약 국내은행들이 이런 구조조정 카드를 들고 나온다면 당장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감독당국, 여론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일이다.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이 출범한 지도 올해로 각각 10년, 9년이 됐지만 부진한 실적에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진한 실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인지 잇단 구조조정으로 규모의 경제에 취약, 실적 악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인지는 선후가 분명치 않다.

아무튼, 소위 잘 나가는 글로벌 은행들이 한국시장에만 들어오면 비슷한 형태의 구조조정에 나서고 부진한 성적표를 안겨준다. 한국시장 철수설 또한 끊이질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철수설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마침 두 은행 모두 서로 다른 이유로 새로운 행장을 맞게 됐다. 이것이 두 은행의 터닝포인트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 한국 철수설 유행처럼 때만 되면… 

이 두 은행의 철수설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어쩌면 출범한 직후부터 '철수설과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행장이 바뀌거나 이슈가 생길 때마다 불거져 나오곤 했다. 10년이 다 되도록 변함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새로운 투자보다는 자산 축소 등에 더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SC은행은 올해에만 50개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그룹차원에서 SC캐피탈과 SC저축은행도 매각했다.

씨티은행 역시 올해 56개 지점을 통폐합, 65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역시 그룹 차원에서 한국씨티그룹캐피탈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국 내 어떤 핵심 비즈니스도 철수할 계획이 없다"는 씨티의 공식 해명에도 은행 안팎에선 구조조정 이후 매각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설들이 난무하다. 이미 한국을 제외한 일본 등 10개 국가에선 캐피탈 업무뿐 아니라 은행, 카드 등 소비자금융업무에서 철수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의 은행경영통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출범 후 총자산이 59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74조4000억 원으로 24% 늘어나는데 그쳤다. SC은행 역시 2005년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39%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2004년 대비) 8개 시중은행 평균 6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씨티은행은 출범 당시 237개였으나 지난해말 191개로 줄었고, 올해 추가 통폐합으로 135개로 축소됐다. SC은행도 출범 당시 407개에 달했던 점포는 작년 말 342개, 올해 292개로 줄었다.

이렇다 보니 이들 은행이 국내에서 영업할 생각이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보통 점포가 300개 정도는 돼야 길에서 눈에 띄고 영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는데 100여 개 정도로는 시중은행과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이러니 철수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적도 형편없다. 씨티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815억 원의 적자를 냈고, 작년 한 해 2400억 원을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SC금융지주도 올 상반기 38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소매금융 실적 부진으로 666억 원의 순익을 내는데 그쳤다. 실적 부진과 비용감축 및 구조조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려운 상황이다.

◇ SC 첫 한국인 행장, 현지화 전략 수정

SC은행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행장을 맞이하게 됐다. 출범 후 9년간 고집스러울 정도로 외국인 행장을 내세웠던 SC은행이 현지화 전략 실패를 인정하고 전략 수정에 나선 게 아니냐는 평가다. SC은행 측은 "현지화 경영을 강화하고,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아제이 칸왈 현 행장은 지난 4월 취임 후 6개월 만에 은행장에서 물러난다. 은행장과 동북아지역 총괄대표를 겸임해 왔으나 이를 분리, 동북아지역 총괄 본부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이 업무에 집중한다는 명목이다. 전임 리차드 힐 행장은 임기를 2년 앞두고 교체된 바 있다.

새 행장으로는 박종복 소매금융 담당 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새 한국인 행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고 현지화 성공이라는 쉽지 않은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사실, 단순히 한국인 행장 선임만으로 현지화가 성공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 씨티은행의 사례에서 보듯, 2004년 출범 이후 줄곧 하영구 행장이 은행을 이끌었지만 결과적으로 최근의 성적표를 보면 SC은행과 별반 다르지 않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그나마 하 행장이 그룹의 구조조정 요구들을 일부 막아왔던 측면은 있다"며 "그런 면에서 SC와 비교하면 한국인 행장이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해줬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출 등 리스크 비즈니스를 막고 대기업과 부자고객 등 안정적인 영업에만 치중하니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 라며 "외국인, 국내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룹차원의 전략과 현지 비즈니스 사이에서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하고 그게 바로 현지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하 행장 후임으로 내정된 박진회 수석부행장(기업금융그룹장)에 대한 씨티은행 노조의 반대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 내 2인자 역할에 묶여 있던 박 부행장이 그룹과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노조 관계자는 "박 내정자는 중견기업 대출을 자신의 관할로 가져와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만든 장본인이며 소비자금융도 알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칠 리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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