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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일산 선언'…금융위·원 무엇이 바뀔까

  • 2015.07.20(월) 16:02

"금감원에 감독·제재 권한 대폭 넘겨주겠다"
금융위의 일방 주도 관계 변할까 관심

지난 주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부 직원들이 경기도 일산 KB국민은행 연수원에서 합동 워크숍을 열었다. 같은 수장 아래 한지붕 두 가족으로 지내다가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분리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감원에 금융감독과 제재 권한을 대폭 넘겨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위가 주도하고 금감원은 지시만 따르는 일방적인 금융정책 및 감독시스템에도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임 위원장의 발언은 아직 선언적인 수준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금감원 견제에 바빴던 금융위가 얼마나 재량권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부 직원 130여 명은 지난 17일 경기도 일산 KB국민은행 연수원에서 합동 워크숍을 열었다. 


◇ 이젠 금융위만 쳐다보는 금감원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구조다. 예산과 인력은 모두 금융위가 통제한다. 사실 2008년 금융위가 완전히 분리되기 전까지만 해도 두 조직은 한 몸에 가까웠다. 조직은 별도였지만 수장이 같다 보니 거의 한 조직처럼 굴렀다.

당시만 해도 금감원은 상당한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가 최고 의결기구긴 했지만, 실제 금융감독과 집행은 대부분 금감원의 몫이었다. 그러다가 금융위가 분리되면서 분위기는 확 바뀌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렸고, 상대적으로 금감원의 역할과 입지는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작년엔 KB금융 제재 과정에서 잡음이 일자 금융위는 금감원이 가지고 있던 사실상 마지막 권한인 검사•제재권에 대한 통제마저 강화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선 이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조 섞인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금융위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데도 문제가 터지면 책임은 고스란히 뒤집어 쓰는 경우도 많았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2013년 동양사태가 대표적이다.

◇ 임 위원장 취임 후 새로운 관계 모색

이 와중에 임종룡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서고 있다. 임 위원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금감원을 방문해 혼연일체를 다짐했다.

이번 합동 워크숍에선 금융위가 가진 권한을 금감원에 일부 이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인허가 심사나 조사•감리 과정에서 금감원의 참여를 늘리고, 개인 제재는 물론 일정 규모 이하의 금전 제재도 금감원에 재량권을 주기로 했다.

더 나아가 법령과 감독규정 제•개정이나 주요 정책 마련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해 금감원의 역할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금감원을 금융정책과 감독을 집행하는 단순한 하급기관이 아니라 금융개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함께 가겠다는 취지다.

임 위원장은 “양 기관이 혼연일체로 하나가 된 것처럼 협력해야 금융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면서 “각각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분담해 업무에 대한 '오너십'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융위-금감원 동반자 관계 회복할까

임 위원장이 금감원과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명분은 금융개혁이다. 실제로 금감원의 현장 경쟁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금융위 혼자선 금융개혁이 불가능하다. 두 기관이 먼저 소통하지 않으면 금융현장의 불확실성과 업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앞으로 금융정책 및 감독시스템 재편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무 협력을 확대하다 보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론도 자연스럽게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임 위원장이 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정책을 담당하긴 했지만, 금융위에 근무한 경험은 없다는 점에서 통합을 준비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임 위원장의 시도가 아직 선언적인 수준인 만큼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화두를 던지긴 했지만, 금융위 직원들은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임 위원장이 취임한 후에도 금감원이 금융혁신과 금융관행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리곤 했다.

 

금감원 역시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다. 금융위 출신인 원장과 일반 직원들 간 정서적인 괴리도 적지 않다. 금감원 한 간부는 “금융위가 금감원이 하는 일마다 ‘배 놔라, 감 놔라’ 하다 보니 이젠 금감원 직원들도 금융위만 쳐다보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론 금감원의 현장 경쟁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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