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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양치기 소년' 임종룡 금융위원장

  • 2015.09.15(화) 15:57

[Inside Story] 인터넷은행 확대 요구에 "유연하게 검토"
첫날 국감 끝날쯤 "원래대로" 번복

# "양치기 소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비현실적인 (우리은행) 매각 방법을 고수한 것 아닙니까? 의지를 갖고 추진해주길 부탁합니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그동안 봐왔던 모습과 조금 다른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보통 국감에선 장관의 잘못을 국회의원이 호되게 질타하는 모습이 익숙한데요. 이날은 국감 내내 국회의원들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속내가 뭐냐고 추궁하는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추궁한 주제도 다양한데요. 우리은행 민영화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지,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 의도, 독자신용등급제도 도입 의지 등입니다. 결과적으로 금융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대부분 정책에 대해 국회가 '의심'의 눈길을 보낸 셈입니다.

 

 

◇ 임종룡의 '속내' 추궁한 국감

먼저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해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민영화 의지가 있다고 하는데 속내는 다른 것 같다"며 "양치기 소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금융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적자금 회수' 원칙에 대해서도 유연한 대응을 요구했습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독자신용등급 도입과 관련한 임 위원장의 의지를 캐물었습니다. 독자신용등급이란 정부나 모기업,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개별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만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제도인데요. 금융위는 애초 올해 안에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회사채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도입을 보류했습니다.

유 의원은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따라 적정한 시기에 한다는 것은 결국 안 하겠다는 얘기이지 않으냐"며 "정책 방향을 바꾸려면 구체적인 이유를 얘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정부의 서민금융 상품을 통합해 관리하는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해서는 '퇴직 공무원들의 자리 만들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인신용정보를 통제하는 빅 브라더가 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잇따랐습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문을 제출한 뒤 기침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인터넷은행 확대 요구 '수용' 시사

임 위원장은 시종일관 정무위원들의 지적과 조언을 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회수가 우리은행 매각의 목표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고수하는 원칙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공적자금 회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독자신용등급도입에 대해서는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제언을 주시면 저도 고민하겠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정무위원들의 조언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 위원장의 인터넷은행 설립 의지를 믿지 못하겠다며,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50%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하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국회가) 그런 법을 만들겠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임 위원장은 법 통과 여부를 떠나, 현행법 내에서 1~2곳에 대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해주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 통과가 어렵더라도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한 겁니다. 특히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 예비인가 대상을 1~2곳에서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임 위원장은 "기존에 발표했던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를 검토해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 국감 채 끝나기 전에 '번복'

임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무위원들은 더는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임 위원장이 "받아들이겠다"고 하는데, 더 따져 묻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이날 국감이 끝날 즈음 금융위가 의외의 자료를 내놨습니다. 임 위원장이 이날 오전 국감장에서 "인터넷은행을 올해 중으로 1~2곳 인가하겠다고 발표했던 기존 방침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내용인데요. 금융위는 "원래 발표대로 올해 중 현행법 체계에서 1~2개를 시범 인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정무위원의 지적을 받아들이는가 싶더니, 몇 시간 만에 '사실은 아니다'고 뒤집은 겁니다.


사실 장관들이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닦달에 못 이겨 "알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 넘어가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이날 정우택 위원장이 '양치기 소년' 운운한 것도, 다른 위원들이 재차 임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한 것도 이런 '관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감장에서 한 발언을 '뒤집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정무위 국회의원들의 '속내'는 어떨까요? 인터넷 은행 외에 임 위원장이 약속한 다른 말들은 지켜질까요? 국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달 7일 열리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종합 국감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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