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 50%를 보유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결국 인터넷은행 설립을) 안 하겠다는 말 아닙니까? 국민 정서가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하는 사람이 없는데, 19대 국회에서 안 하겠다는 것 아니에요? 어떻게 (국회가) 그런 법을 만듭니까?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뜻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이 나왔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인터넷은행 설립을 사실상 안 하려는 것 아니냐"고 질책한 것. 핀테크 활성화를 외치며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연내 1호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계획까지 내놓은 임 위원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주장이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문을 제출한 뒤 기침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은행법 개정안 통과 난망
그러나 이 의원 발언의 취지를 따져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이 의원의 주장은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이 시중은행 지분을 10%(의결권은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완화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는 특히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하도록 하는 '과감한' 방안이 담겼는데, 이 의원은 이런 내용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하기 어려운 법을 내놓은 이유가 사실은 인터넷은행 설립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냐는 주장인 셈이다.
실제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은산분리 이슈는 산업자본과 재벌에 대한 부정적 여론 탓에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은행법 개정안 의결이 결국 다음 국회로 미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억울하다는 견해다. 그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50% 보유 방안에 대해 "ICT 기업의 참여 유인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내놨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이슈가 워낙 중요한 문제여서 논의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현행법 내에서라도 인터넷은행을 인가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고 강조했다.
◇ 컨소시엄 구성에 시각차
여야는 인터넷은행에 진출하려는 산업자본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위한 기업들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하는 산업 자본들이 일단 현행법에 따라 10% 내의 지분을 보유하다가, 은행법 개정 이후 50%의 지분을 취득해 대주주로 올라선다는 약정을 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주주 간에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약정이 있으면 동일인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결국 인터넷은행이긴 하지만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손쉽게 진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법 개정 후 산업자본에 지분을 몰아주는 약정 자체가 현행법에 위배한다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동일인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 부작용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의 동일인 판단 여부는 의결권 공동행사"라며 "이런 기준에 따라 엄격히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오히려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을 산업자본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알려진 것처럼 은행과 IT 기업이 나눠 갖는 식의 컨소시엄으로는 '혁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새로운 기업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갖고 나서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은행 입장에서 인터넷 사업부가 하나 더 생기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금융위가 분명한 원칙과 용기를 갖고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터넷은행 인가 확대 시사
금융위가 연내 1~2곳에 대해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줄 계획에 대해선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IT 산업 발전 속도는 빠른 속도와 정비례 관계가 있으므로 경쟁 촉진 단계에서는 과감하게 시장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직 의원 역시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 취지를 살리려면 인가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자 모두를 인가하고 결과는 시장논리에 맡기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임 위원장은 결국 "기존 발표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며 시범사업자 인가를 애초 정한 1~2곳보다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