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잠재 후보군이 직간접적인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금융위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규제 완화와 관련한 은행법 개정 이전이지만, 창의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컨소시엄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꽤 고무돼있기도 한데 실제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들의 관심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 은행 '비 와요'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은행들은 금융위의 인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어제(18일) 브리핑에서 "은행이 굳이 같은 모형의 인터넷은행을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취지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시장이 제한돼 있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따져볼 때 굳이 같은 DNA를 가진 이들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다.
이런 금융위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1단계 시범인가 단계에서 우선순위로 꼽는 곳은 ICT 기업, 2금융권, 은행 순이다. 은행법 개정 전이어서 2금융권의 우선 진출이 점쳐지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ICT기업의 참여도 가능해 이 부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은행에 대해선 기존 사업부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의 시범모델로 '위비뱅크'를 선보였다. 모바일을 통한 지급결제와 중금리 대출을 주로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비뱅크도 사업부로 가능한 모델"이라며 "인터넷은행으로 떼어 내는 것보다 고객 정보 활용 등의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결국, 중금리대출 등 기존 은행에서 할 수 있는 사업영역만으로는 금융위의 인가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금융소외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등 더 확장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핀테크 업체와 제휴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정부의 입장이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주주구성이나 파트너 등의 역량을 고려해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은행들은 인가 기준 가운데 혁신성 부문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제휴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안정성이나 은행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 등을 고려하면 은행을 아예 배제하고 갈 수는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 2금융권 '맑아요'
증권사는 금융위에서 생각하는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다. 어차피 대기업 계열은 어려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이 잠재 플레이어로 꼽힌다.
인터넷 은행의 영업범위를 제한하지 않은 점은 2금융권이나 ICT 기업엔 고무적이다. 다양한 업무 개발과 창의적인 사업모델의 출현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인터넷은행 진출에 부담을 갖는 큰 이유는 규제다. 건전성 규제는 당연하다 치더라도 은행에 대한 영업상의 규제나 보이지 않는 규제 등은 여전히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보험사 중에선 교보생명 정도가 거론된다. 실제 금융위가 의사를 타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던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은행에 관심을 가진 것은 채널 확대, 금융그룹으로의 도약 및 사업 영역 확장 차원이라고 볼 때 인터넷 은행엔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도 관심을 보이지만 역시 조심스럽다. 금융위가 경쟁력이나 건전성, 안정성 측면에서 시범사업자로 선정하기는 여러모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어서 이들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 ICT 기업 '흐려요'
은행법 개정 전까지는 ICT 기업이나 산업자본이 인터넷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순 없다. 4%까지만 인수할 수 있어 당장은 기존 금융회사와의 컨소시엄 형태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
다음카카오에 이어 인터파크도 인터넷 은행 진출을 간접적으로 선언했다. 이들은 지분 인수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선점 효과를 노릴 것인지 아니면 모든 여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신중한 진출을 모색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출발하는 배에 올라타면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시장기회를 선점하는 효과는 있다. 은행법이 개정될지 안 될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향후 추가 인수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컨소시엄 속에서 4%의 발언권만으로는 적극적인 사업기회를 포착하기도 어렵고,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산은행이 롯데와 손잡고 인터넷 은행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롯데 역시 지분 4% 참여만으론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은산분리가 완화돼도 롯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추가로 지분을 인수할 수도 없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롯데의 진출에 대해 벌써 부정적인 기류가 포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은산분리 완화가 관건"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반쪽짜리고, 애초 취지대로 혁신적인 인터넷 은행 출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