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8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내놨다. 산업자본이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풀고, 자본금도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인 500억 원으로 낮췄다. ICT 기업을 비롯한 혁신성을 갖춘 경영 주체의 활발한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은산분리 규제를 풀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만만치 않아서다. 인터넷은행의 활성화 여부도 여전히 미지수다. 기존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산업자본 인터넷은행 지분 50% 소유 허용
금융위가 공개한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을 보면 산업자본도 5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은행법 규정을 인터넷은행에 한해 완화했다. 애초 거론되던 3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위는 다만 재벌의 사금고화와 경제력 집중 논란 등을 고려해 삼성과 현대차 등 총자산 5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인터넷은행업에 진출할 수 없도록 했다.
현재 자기자본의 25% 및 지분율 이내인 대주주와 거래 제한도 자기자본의 10% 및 지분율 이내로 강화했다.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은 아예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인터넷은행의 최저 자본금은 시중은행의 절반 수준인 500억 원으로 정했다. 진입 장벽을 낮춰 ICT 기업의 활발한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 인터넷은행 업무 범위 제한 없다
인터넷은행의 업무 범위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예적금과 대출, 신용카드, 보험 등 일반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는 모두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30개 이상의 점포와 300명 이상의 임직원 등 신용카드업 허용 요건도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건전성과 영업행위 규제도 원칙적으로 일반은행과 동일하게 적용키로 했다. 다만 설립 초기 부담을 고려해 1~3년 정도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설립 초기 비용 부담을 고려해 전산설비의 외부위탁도 허용한다. 전산설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소규모 기업들은 아예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 내년 상반기 인터넷은행 탄생할 듯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도 기존 은행법을 적용한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고려해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 해외진출 가능성 등을 중점으로 살피기로 했다.
또 전산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유동성이 부족할 때 대주주가 적절한 자금공급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꼼꼼히 따진다. 인가 심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핀테크와 금융계, 학계, 법조계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도 두기로 했다.
금융위는 일단 금융권을 중심으로 연내 1~2개 인터넷은행에 대해 시범인가를 내주고, 은행법 개정 후 추가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현행법 테두리에서 인터넷은행을 만들 수 있는 금융권에 먼저 인가를 내줘 시장을 만든 뒤 본격적인 활성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론 7월에 세부 인가 기준을 공개하고, 9월부터 인터넷은행 접수 신청을 받는다. 그러면 연내 예비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실제 인터넷은행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인터넷은행의 주인공은 증권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될 공산이 크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은 “기존 은행이 똑같은 사업모델로 인터넷은행 자회사를 두는 형태는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2금융권 ICT 대주주를 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국회 문턱 무사히 넘을까
내년 상반기 인터넷은행이 설립되면 92년 이후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33개를 정점으로 18개까지 줄어들었던 은행 숫자도 다시 늘어나게 된다.
다만 인터넷은행 탄생을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 중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다음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선 이미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돼 있어 인터넷은행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다만 IT와 유통 등 대주주 인프라를 이용할 경우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도규상 국장은 “인터넷은행이 나오면 금리와 수수료 경쟁으로 금융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신용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면서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나오면 은행 간 경쟁도 촉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