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꽉 닫혀 있던 은행업 진출의 문이 열린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은행업 인가 매뉴얼(초안)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정부가 일단 현행법 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를 내주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인터넷은행 도입방안을 내놓으면서 1호 인터넷은행은 현행법 체계에서 인가하겠다고 했다. 은산분리 제도(산업자본의 은행지분 4% 이상 소유 금지)하에서 자격을 갖춘 사업자 1~2곳을 뽑겠다는 것이다.
이후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가 매뉴얼을 새로 개편해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한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어쨌든 현행법 내에서 새 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 '보안리스크 관리·자금 유출 변동성 대응' 심사 강화
인터넷은행 시범사업자 선정 기준은 원칙적으로 기존 일반은행업 인가 절차와 같다. 설립 최소자본금도 현행 은행법과 같은 1000억 원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은 일반 은행보다 규모나 업무 범위가 작은 만큼 이를 고려해 심사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온라인·비대면 영업에 따른 보안 리스크 관리를 특히 강조했다. 해킹 등 전산 사고가 발생하거나 보호가 취약할 경우 은행 신뢰도 훼손 정도가 더욱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여신심사로 인한 부실대출 확대와 자금 유출 변동성 확대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지도 중점적으로 본다.
이밖에 금융위원회가 앞서 제시한 중점 심사사항 5가지를 재확인했다.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강화 기여 △해외진출 가능성 등이다.
◇ 9월 예비인가 접수…1호 주인공은 금융사 대주주
금융당국은 이번 인가 매뉴얼 초안을 토대로 오는 22일 금융사 대상 설명회를 거쳐 최종 매뉴얼을 확정한다. 이후 9월에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최종적으로 본인가를 진행한다.
현행법 내에서 진행되는 만큼 1호 인터넷은행의 주인공은 증권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주주인 경우가 될 전망이다. ICT기업의 경우 약간의 지분만 투자하는 형태가 된다.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일단 시장은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부산은행 등 은행권은 물론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교보생명 등 제2금융권도 인터넷은행 진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ICT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관심을 보이고, 최근에는 통신사업자 KT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직은 '반쪽짜리', 은산분리 국회통과 '관건'
그러나 시범 사업과는 별개로, 은산분리 완화 방안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절차는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뗐다. 이 개정안이 통과돼야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은행'이 탄생할 수 있다.
최근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인터넷은행 최저자본금을 250억 원으로 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애초 정부는 최저자본금을 500억 원으로 제시했지만, 이를 지방은행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신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은산분리 완화 등 정부 계획을 대부분 수용한 방안으로, 사실상 정부안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최근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모양새다. 야당은 물론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이 높아 진통이 예상된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 철회돼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