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 출범."
금융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창구 중심의 기존 은행과 다르게 인터넷이나 모바일만으로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은 차별화한 서비스를 창출해 금융권에 새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끕니다.
지난달 26일에는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모델인 '위비뱅크'를 내놓으며 경쟁의 불씨를 댕겼습니다.
◇ 인터넷은행 '맛보기'…타행 고객 1000만 원 대출
위비뱅크는 엄밀히 말해 인터넷은행의 '정식 버전'은 아닙니다. 은행들이 지금껏 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모바일 앱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한 정도입니다. 다만 인터넷은행이 내놓을 만한 서비스를 어느 정도 구현한 것은 맞습니다. 도대체 인터넷은행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을 한 번 느껴볼 수 있습니다.
중금리 대출서비스가 가장 눈에 띕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다른 은행 고객이라도 5.95~9.75%의 금리로 1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대출받습니다. 인터넷뱅킹에 가입하지 않아도 본인 휴대전화에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은행 고객이면 대출 여부를 결정해 바로 알려주고, 아니라면 서울보증보험이 신용도를 평가해 알려줍니다. 직업이나 소득 확인 없이 신용등급 요건(1~7등급)만 맞으면 됩니다. 타행 고객의 본인 증명은 신분증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위비모바일페이는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PIN번호 만으로 이용합니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친구에게 하루 50만 원 이하로 송금할 수 있습니다. 상대 계좌번호를 몰라도 되는 겁니다. 아직 비대면실명거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우리은행 계좌와 함께 인터넷뱅킹에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부터 집이나 직장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 금융당국, 조만간 인터넷은행 도입방안 발표
확실히 기존 제도권 은행에서는 접하지 못한 서비스입니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아직 안정성이나 수익성을 자신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왜 이 상품들을 서둘러 내놨을까요? 이번 달 중순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도입방안 발표를 앞두고 업체 간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섭니다. 경쟁업체보다 먼저 시작해 노하우를 쌓겠다는 계산입니다.
우리은행의 선공(先攻)에 다른 업체들은 분주해졌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조만간 '원뱅크'라는 인터넷은행 시범모델을 선보입니다. NH농협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 모델인 '스마트금융센터'의 연내 출범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한, KB, 하나 등 업계 선두권 그룹의 경우 금융위가 발표하는 세부 방안을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잠잠했던 은행권이 오랜만에 적극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아직 성공을 장담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수익성 악화에 내몰리고 있는 은행들은 해외로 나가든 핀테크로 영역을 넓히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글로벌 핀테크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 미완의 '인터넷은행'…금산분리 완화 큰 산 남아
'고작 이 정도면 기존 금융 서비스와 뭐가 다르냐'고 할 소비자들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실제 위비뱅크는 인터넷은행의 '완결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포털이나 통신 등 IT업체와의 결합이 인터넷은행 성공의 핵심 요건입니다. 그래야 차별화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도 인터넷은행의 성공 요건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를 가장 먼저 꼽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제도 개편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경험을 쌓는 수준밖에 못 한다"며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IT업체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현재의 시범 모델에 대해 "아직 내부적인 사업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진짜' 인터넷은행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큰 산 하나가 남았습니다. 바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입니다. 지금은 IT 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 규제를 풀지 않으면 인터넷은행 도입은 물 건너갑니다.
지난 2000년 이후 인터넷은행 설립 시도는 금산분리 규제의 문턱에 걸려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그만큼 정치·경제적으로 휘발성이 강한 이슈입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한 심포지엄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과도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다른 핀테크 분야를 지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가 어떤 묘안을 들고 나올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