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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워치]우리금융, 어쩌다 자본비율도 못 맞추는 곳 됐나

  • 2024.11.29(금) 16:26

배추농사를 지어 소비자들에게 1만 포기를 공급하기로 연초 약속했습니다. 농부들도 1만 포기를 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고 이제 수확을 두달 앞둔 상황이죠. 그런데 갑자기 이중 2000포기를 수확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이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고요. 소비자들한테도 공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수확할 날만 기다리는 농부들은 허탈하고 이를 기다리는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배추농사에 빗대었지만 이런 일이 우리금융지주와 주력계열인 우리은행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대출자산 증대는 한해 농사와 버금가는 중차대한 일이죠. 그런데 이달부터 갑자기 기업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겁니다. 오히려 대출자산을 줄이는 사람한테 상을 준다고도 하고요. 연말을, 수확을 두달 앞두고 말이죠.

은행은 대출 대신에 핵심예금을 늘리고 퇴직연금을 열심히 팔라고 영업점들을 독촉합니다. 하지만 대출은 은행 입장에선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고 무기입니다. 대출을 해주지 않고, 안쓰는 한도까지 줄이라고 하는 판에 기업고객들 입장에선 저원가(저금리)의 예금을 예치할리 없습니다. 퇴직연금 유치도 언감생심입니다.

기업고객들은 싸게 많이 대출해주는 은행에 반대급부로 예금도 예치하고 퇴직연금도 들어주고 하는데 말이죠. 우리은행 영업점은 올해 남은 기간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처지라고 하소연 합니다. 이는 내년 영업에도 큰 타격을 줄게 뻔합니다.

이같은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 데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있습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순정자본인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인데요. 은행 자본적정성 지표중 하나로 금융당국은 12% 이상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9월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1.96%로 12%를 밑돌았습니다. 4대 금융 중에선 유일하게 낙제점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달초 우리금융은 부랴부랴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계열사 CEO를 소집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각 계열사 대출자산 감축을 논의한 것이죠. 대출자산을 줄여야 보통주자본비율의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은행은 무려 7조원을 줄이기로 했다는 전언입니다. 위험가중자산을 고려하면 실제 10조원 이상 줄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보험사 인수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인수합병(M&A)을 하면 자본비율은 더 하락할 겁니다. 특히 ABL생명은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이고요. 지주에선 비상이 걸릴 수밖에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로 인한 위험 등을 여러차례 직간접적으로 경고를 했는데요. 지주에선 쉬쉬하고, 결국 은행장이 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전략 수정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으려고 한 것이죠.

은행도 할말이 많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부임후 은행에선 '전략'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은행 전략기획부를 없애고 기획조정부로 바꿨는데요. 전략은 지주에서 하고 은행은 실행(영업)만 하라는 의미로 은행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경영진들이 규제비율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예측하지 못해 은행 한해 농사를 망쳤습니다. 고객 신뢰를 무너뜨리고 주주들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할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은 선두금융그룹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내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책임은 누구한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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