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보장금액 한도 산정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을 둘러싼 보험사들의 경쟁에 재차 불이 붙었다. 금융당국 자제령에도 꿈쩍 않는 모양새다. 되레 고객에게 유리한 조건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른다며 판매 종료 전 가입을 유도하는 절판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 입원비 과당경쟁은 불필요하게 입원일수를 늘리는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암 및 2대 질환(뇌혈관, 심혈관) 주요 치료비 등 비례형 치료비 보험 판매 중단처럼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이 이날 축소했던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 보장금액을 60만원까지 다시 올렸다. 이 회사가 올해 들어 판매 채널에 한도 축소를 공지하고 번복한 것이 벌써 네 번째다. 현대해상도 1인실 입원일당 보장금액을 6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9월말 한도 축소 후 이달 초 다시 한도를 올렸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은 질병이나 상해로 1인실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에 입원했을 때 입원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1인실 입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 본인 부담으로 돈을 내야 한다. 비용부담이 크다 보니 인기가 높아 보험사들은 입원비를 보험으로 정액 보장해 주겠다며 앞다퉈 지원 금액을 높였다.
경쟁이 심해지자 올 초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에 출혈경쟁 자제를 요청했다. 상향된 한도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소지가 있고, 불필요한 1인실 입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지난 9월 입원일당 보장 한도를 30만원으로 줄였다.
그런데 일부 사는 금융당국 자제령에도 보장한도를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하며 당국 요청에 조만간 상품 판매가 종료될 수 있다는 식의 영업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절판마케팅이다.
내년 초 보험개혁회의에서 나온 보장금액 한도 산정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이런 움직임이 더 강화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치료비, 간병비 등 실제 지출이 예상되는 평균 비용만 고려해 보험상품의 보장금액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특히 1인실 입원일당, 중환자실 일당, 암·뇌·심 통원일당 등 입·통원 일당은 업계 자체 한도를 신설해 실손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한도 차등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장금액 한도가 미가입자의 70% 이내로 제한되는 식이다. 이에 올해 말 입·통원 일당 절판 마케팅이 절정에 달할 것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달 암 및 2대 질환 주요 치료비 등 비례형 상품 판매 즉시 중단처럼 금융당국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상존한다.▷관련기사 : '고가 치료 부추긴다' 비례형 치료비 보험, 결국 판매 중지(11월22일)
다만 한쪽에서는 금융당국의 잇단 시장 개입을 우려한다. 소비자 혜택을 제한하고 보험상품도 획일화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쓴소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자체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품을 선보인다"며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인 만큼 시장의 선택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