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인터넷 전문은행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기업-2금융-은행' 간 짝짓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이 처음 은행권의 예상과 달리 은행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는 구조로 판이 짜이면서 은행들이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로 인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들러리가 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짝짓기 윤곽 서서히 드러나는데…
금융당국이 원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ICT기업이 우선 참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지분 4%)밖에 가질 수 없으니 증권이나 보험 등 2금융권이 최대주주로 들어가는 지배구조다. 여기에 안정적인 은행업이 가능하도록 기존 은행이 일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바람직한 형태로 보는 분위기다.
일단 가장 먼저 손을 잡은 곳은 다음카카오와 한국금융지주다. 한국금융지주가 50%를 가진 최대주주로, 다음카카오가 10%를 갖는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이외에 다른 IT업체와 은행도 물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증권 역시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
최근 관심을 끄는 쪽은 KT와 교보생명이다. 시장에서는 이 두 곳 역시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상호출자제한기업에 속해 은행 지분을 4%뿐이 소유할 수 없고, 현재 개정안대로면 법 개정이 이뤄져도 추가 인수가 어렵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파괴력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최근 관련 실무자들이 인터넷 전문은행 벤치마킹과 실효성 등을 따져보기 위해 일본 인터넷 전문은행 1위 기업인 SBI 스미신네트은행에 다녀왔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오늘(11일) 이와 관련한 출장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참여 여부와 컨소시엄 구성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터넷 전문은행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우리은행은 KT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의 컨소시엄과 접촉, 저울질하고 있다.
◇은행권 참여, 실익 있다 vs 없다?
하지만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는 우리, 기업, 신한은행이나, 인터넷 전문은행에 유보적인 하나금융 모두 실익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달 및 운용, 심사, 리스크관리 등 은행 고유 영역과 관련해 인터넷 전문은행 내에서 기존 은행의 역할은 클 것으로 보지만 반대로 은행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ICT기업의 고객기반이나 정보를 활용하고, 컨소시엄 내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관계를 통해 인터넷 은행 내 혹은 기존 은행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있다.
인터넷 은행에 관심 있는 은행 한 임원은 "은행이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딸려가는 상황이어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은 없지만 ICT기업의 혁신기법을 동원해 우리 나름대로 타깃 고객을 찾고, 영역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지주 내 칸막이로 계열사 간 정보공유도 쉽지 않은 현행 체제에서 사업 파트너의 고객기반이나 정보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계 금융지주 관계자는 "ICT기업과 은행의 만남이라면 모르겠는데, 제3의 증권사가 최대주주로 들어가 협업하는 체제라면 금융지주 내 증권사 혹은 모체인 은행과도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는 등 상충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익이 명확치 않은데도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오히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파급력에 대한 보험성 혹은 핀테크 흐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