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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인터넷은행, 넌 누구냐?

  • 2015.09.25(금) 10:36

[미리보는 인터넷은행 시대]①
2016년 등장할 1호 인터넷은행 기대
가격 경쟁만 하다 성장 정체 우려도

내년 1월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 정부는 이달 말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1~2곳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혁신성'이다. 기존 은행의 틀을 깨는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은 기존의 '인터넷뱅킹'과 무엇이 다를까? 성공 가능성과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1호 인터넷은행 출범 1년 뒤인 2017년의 모습을 가상으로 꾸며봤다. [편집자]

 

"2017년 4월 3주차 Money 보고서가 도착했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대출만 늘어나는 주머니 사정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김자산 씨. 김 씨의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었는데 돈이 언제 어디로 줄줄 새는지 알지 못해 답답했다. 그러던 김 씨가 1년 만에 확 달라졌다.

 

 

◇ 상상 속 인터넷은행

비결은 매주 일요일 밤에 받아보는 'Money 보고서'다. 김 씨는 '핀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에 계좌를 만들었다. 기존 카드사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용돈 관리 기능이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핀뱅크는 매주 맞춤형 보고서를 보내주는 데다가 모바일 메신저로 자산관리 상담까지 가능하다고 해 관심이 갔다.

월급 통장과 마이너스 대출 계좌, 신용카드, 체크카드를 모두 핀뱅크로 옮겼다. 서비스는 예상보다 만족스러웠다. 먼저 '목표 설정' 기능을 이용했다. 2년간 1000만 원의 마이너스 대출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월급이 들어오면 마이너스 통장으로 보내야 하는 돈과 고정 생활비, 용돈이 나눠 표시됐다. 통장에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상 '내 돈'이 아닌 돈을 구분해주는 셈이다.

커피값을 결제하면 이달에 커피를 얼마나 마셨는지 알려줬고, 단순히 잔액이 아닌 남은 용돈이 얼마인지도 보내줬다. 용돈 쓰는 속도가 빠를 때는 앱에 빨간색의 경고등이 켜지기도 한다. 이런 정보들을 모아 분석한 것이 바로 'Money 보고서'다. 자동화한 시스템으로 분석해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주니 따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밖에도 적금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높고,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낮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적금에 들기 전에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다른 고객들과 조언을 주고받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면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대출은 기존 방식뿐 아니라 P2P(Peer-to-Peer Lending) 대출도 가능하다고 한다. P2P 대출은 여러 개인의 투자금을 김 씨에게 빌려주는 방식인데, 금리가 더 낮다.

보험을 들어야 하거나 새로운 신용카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을 때는 모바일 메신저로 상담한다. 기존 은행처럼 번호표를 받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 송금할 때는 모바일 메신저로 편하게 하고, 돈을 뽑을 때는 편의점으로 가면 된다. 주식이나 펀드 정보도 보내준다고 하니, 돈이 조금 더 모이면 주식을 시작해볼 생각이다.

◇ 시행착오 우려도

김 씨는 처음엔 '핀뱅크'가 아닌 다른 인터넷은행 '모뱅크'에 계좌를 만들었다. 핀뱅크에 비해 적금 금리가 조금 더 높고, 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또 기존의 주거래은행이 함께 만든 인터넷은행이라고 하길래 가입했다.

그런데 애플리케이션이 자꾸 오류가 나는 데다가 모바일 메신저 상담 서비스의 질도 상당히 낮아 믿음이 안 가기 시작했다. 또 나에게 맞는 상품을 권유해주기보다는 금융상품을 파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 같았다. 매일같이 광고 메신저를 보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는 가입 한 달 만에 모뱅크 고객정보가 해킹됐다는 뉴스가 나와 바로 은행을 바꿔버렸다. 김 씨뿐만 아니라 많은 고객이 모뱅크를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큰 비용을 들인 모뱅크의 적자가 쌓이고 있어 주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 이달 말 예비인가, 치열한 4파전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의 모습을 상상해본 이야기이다. 등장한 서비스는 해외의 성공 사례들을 참고로 구성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선 실제 이와 같은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은행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단순히 점포 없이 인터넷으로 이용 가능한 은행이 아니다. 가상이긴 하지만, 'Money 보고서'와 같이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로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와 접목해 고객의 흥미를 끌어내고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 독일 피도르 은행의 페이스북 홈페이지. 피도르 은행은 핀테크를 언급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오프라인 지점 없이 은행 웹사이크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업한다.


반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다가 부실화한 사례도 있다. 수익을 내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가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해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30일~10월1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1~2곳에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현재 IT 기업과 통신사, 금융사, 유통업체 등으로 각각 구성된 네 개의 컨소시엄이 예비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 면면에 따라 이들의 내놓을 서비스를 상상해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모바일로 특화한 은행 구축에 주력할 전망이다. '인터파크뱅크 그랜드 컨소시엄'은 전자상거래 기반의 거래를 활용한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KT가 주도한 컨소시엄의 경우 통신사의 빅데이터를 통한 서비스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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