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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 빠져? 임종룡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 2015.09.08(화) 15:17

정부 차원 정책홍보 강화 움직임에 좌충우돌
해명·보도자료 분주, 알맹이 없는 정기 간담회도

# 은행 최고경영자(CEO) 연봉 반납은 금융당국 주도로 일어난 일이다?
금융당국 : 아니다. 다만, 금융위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심 가져달라는 당부를 했다. 잘한 일이다.

# 중동 국부펀드의 지분 인수 의향 확인은 우리은행 주도로 한 일이다?
금융당국 : 아니다. 매각 주체인 금융위가 확인할 사안이다. 우리가 직접 가서 의향을 받아냈다.


최근 금융권에서 좋은(?)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일부 은행 금융지주 회장이 본인들의 연봉을 반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쓰겠다고 한 발표와 중동 국부펀드가 우리은행 지분 인수 의향을 밝혔다는 소식이다.

전자는 청년들의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와중에 들려온 소식이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후자는 민영화 지연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우리은행을 되살리는 동시에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도 커져 좋은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일들의 '주체'를 놓고서 금융당국이 교통정리를 하느라 진땀을 빼 눈길을 끌었다. 둘 다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CEO들의 연봉 반납 건에 대해서는 뒤로 물러섰고 우리은행 민영화 건에 대해서는 한껏 앞장선 모양새를 연출했다.

◇ 해명자료에 보도자료에 진땀

금융당국은 두 가지 이슈에 모두 보도해명 자료와 함께 보도 자료를 연달아 내면서 '정교한' 견해를 밝혔다.

중동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의 우리은행 지분 인수 건을 보자. 아부다비 측이 금융위에 투자의향서(LOI)를 보내왔다고 알려지자, 해명에 나섰다. 우리은행 측이 아부다비의 인수 의향을 전해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데다가 우리은행은 매각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부랴부랴 중동 출장을 떠난 금융위는 이번엔 '아부다비 측의 인수 의향을 확인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고, 매각 협상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인수 의향을 끌어낸 주체가 금융위로 바뀌었지만, 앞서 알려진 것보다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 금융위는 실제로 보도자료와는 분위기가 다르게 "아직 초기 단계여서 최종 매각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한 발 빼는 모습도 보였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 반납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은 "(우리가) 주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른바 '관치'의 비판을 의식해서다. 다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를 지속해서 해왔다"며 "금융지주 회장 등이 자율적으로 연봉을 반납해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금융당국이 분위기 조성은 했지만, 금융사의 자율적인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정책홍보 필요하지만 과하다는 지적도

금융당국의 이런 교통정리 '습관'이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얼마 전에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정책 추진 주체를 금융위가 아닌 금융개혁회의로 떠넘기는가 하면, 우리은행 민영화의 경우 한때 정부보다 박상용 공자위원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가 연출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부부처들이 정책홍보 강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금융위가 너무 과하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부처들은 청와대 주도로 정책홍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개혁 추진현황과 향후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이날부터 매월 초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임 위원장이 앞으로 매월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일 "임 위원장이 매월 초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특별한 이슈를 갖고 한다기보다 현재 추진 중인 금융개혁의 현황과 일정 등을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부터 '알맹이 없는 얘기'만 나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미 진행해온 정책들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임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금융개혁' 등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가 떨어져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너무 홍보에만 몰두하면 성과만 내려고 급급한 모습으로 비쳐 정책 효과가 오히려 반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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