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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의 금융개혁과 알파고, 그리고 일자리

  • 2016.03.16(수) 09:30

[Inside Story]임종룡 금융위원장 취임 1년 금융개혁 '올인'
일자리 창출 나 몰라라(?)…구체적 계획 없이 '지속 추진만'

"아자황이 인류의 미래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격파하자 전 세계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하면 사라지는 '직업 리스트'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바둑판 앞에 앉아 알파고가 지시하는 대로 수를 놓았던 대만계 엔지니어 아자황이 인류의 미래라는 유머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우리의 두려움처럼 인류에게 해악만 끼치는 건 아닐 겁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그동안 인류의 뇌로는 풀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리라 기대합니다. 구글 역시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강조했습니다. 두려워만 할 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게 공통된 지적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두려움을 접어둘 수만은 없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여러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인간은 더 '인간다운'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도 한정적이리라 전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기계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준비가 덜 됐을 때 직업 대체가 갑작스럽게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여전합니다.

 


정부는 이번 이벤트에 발맞춰 인공지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설립해 앞으로 5년간 연 1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관심이 뒤늦게 인공지능 개발을 통한 산업발전에 쏠리는 모양새인데, 우리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각자 준비해야겠지요.

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 문제는 금융권에선 멀지 않은 일로 여겨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여러 은행과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인공지능 투자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실력이 향상되면 투자전문가들은 일자리를 내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점포 직원들, 텔레마케터나 보험설계사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결국엔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실직 후 대응책을 준비할 새도 없이 말이죠.

이런 흐름은 사실 인공지능에 국한한 문제는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직업은 지속해 변화해 왔습니다.

금융권에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핀테크 산업'의 발전으로 기성 금융사들은 점점 일자리를 줄여가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금융권 일자리는 양도 줄고 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습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사 고용 전문인력은 28만 5029명으로 전년보다 1189명 줄었습니다. 정규직 비율도 86.2%로 전년 88.6%보다 줄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위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보험다모아'는 많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선사하는 대신, 설계사나 텔레마케터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금융 소비자의 대출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대부업 최고금리를 내리자, 제도권에 속해 있던 중소 대부업체 사업자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권에서 나타나는 이런 변화는 소비자 편의 증대와 산업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는 일면 옳은 방향일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사는 대표적인 '신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에 우리가 박수만 치고 있기 어려운 것처럼, 금융의 발전을 마냥 응원하고만 있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일자리는 줄기만 하고 남은 일자리의 질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구조개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1년을 맞았습니다. 1년 만에 입이 딱 벌어질 만큼의 수많은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추진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세부과제만 70개에 달합니다. 아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과제는 5개에 불과합니다. 박수 쳐 줄 만합니다. 그런데 5개 과제 중 하나가 '금융권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다른 미완의 과제에는 '올해 중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시기라도 명시했는데, 이 과제에는 '지속 추진'이라는 모호한 계획만 내놨습니다.

구조조정으로 내쳐진 '전문 금융 인력'들을 활용할 만한 방안은 없을까요? 보험설계사와 중소대부업체 사업자들의 '실직'은 일반 소비자의 편의와 이익 증대라는 이유로 그냥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걸까요? 앞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많은 금융인을 위한 대책은 없을까요? 경쟁력을 강화해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어 내겠다는 구호에만 묻혀 정작 '인간의 아픔'은 어루만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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